다가온 지능형 디지털 TV시대

입력 2000-07-27 14:00:00

바보상자 'TV'가 인터넷 컴퓨터와 만나면 평강공주를 얻은 바보온달처럼 똑똑해질 수 있을까.

대답은 한마디로 "그렇다". 20세기 지구촌 생활방식에 혁명을 일으키며 사랑을 받아온 TV지만, 기껏해야 방송사에서 전해온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만족해야 하는 현 수준에서는 '21세기 퇴물' 취급을 받기가 일쑤였다. 시청자의 다양한 욕구가 무시되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TV는 요즘 컴퓨터, 인터넷 기술과의 만남을 통해 '지능형 TV'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홈 네트워킹의 중심부로 재등장, 20세기에 이어 21세기에도 시민생활의 필수품 자리를 굳건히 지키겠다는 야심을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차세대 TV' '맞춤형 TV' 등으로 불리는 디지털TV는 제품 내부에 윈도CE 리눅스 등의 운영체제(OS)와 홈뱅킹 홈쇼핑 인터넷검색 등에 필요한 각종 소프트웨어가 탑재된다. 특히 프로그램과 데이트를 저장하고 관리할수 있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이 내장돼 있다.

한마디로 디지털TV는 기존TV보다 생생한 화질과 깨끗한 음질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인터넷 홈쇼핑 홈뱅킹 등을 제공하고, 저장된 프로그램의 재생 편집 복사 따위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만능탤런트' 역할을 하게된다.

최근 삼성전자 삼성전기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TV네트웍스 등은 본격적인 '인터넷TV 상용서비스'를 위한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이들이 공동개발하고 있는 '디지털TV'는 펜티엄급 PC 수준인 200MHz RISE칩을 CPU로 내장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CE를 OS로 사용했다. 저장장치로 32MB의 시스템 메모리와 24MB의 플래시 롬 메모리가 채택됐다. 이만하면 컴퓨터인지 TV인지 분간하기가 쉽지않다.

오는 2005년쯤 세계시장 규모가 3천900만대로 추정되는 디지털T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LG전자는 전화접속을 통해 프로그램을 검색하고 녹화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디지털TV 개발을 목표로 이스라엘의 MPEG칩 전문업체인 비전테크와 손을 잡았다. 도시바 소니 후지쓰 미쓰비시 등 일본 유명가전업체들은 '일본 임베디드 리룩스 컨소시엄'을 구성, 공개 운영체제(OS)인 리룩스 내장형 디지털TV 개발에 전력하고 있다.

더욱이 마이크로소프트 티보(TiVO) 리플레이TV 소니 톰슨멀티미디어 NHK 등 디지털 TV의 분야별 강자들은 'TV애니타임 포럼(언제 어디서나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TV를 만들기 위한 단체)'를 결성했다. '국제표준'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가전3사와 한국영상기기연구조합·KBS가 지난 3년간 국책과제로 개발한 '양방향 디지털TV(인텔리전트TV)'는 지난 21일 첫 시험방송과 시연에 성공했고, 한국통신은 이달초 일반TV로 초고속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메가패스TV넷' 서비스를 서울·경기 일부지역에 상용화했다. 이 서비스는 일반 가정용 TV에 별도의 셋톱박스와 초고속 인터넷망인 '메가패스ADSL'을 연결하면 제공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디지털TV 시대를 선언하기에는 대당 1천만원을 호가하는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다. 100만원대의 컨버터를 갖춘 보급형 디지털TV도 2, 3년이 지나야 선보일 전망이다. 그러면 언제쯤 완전한 디지털TV의 새 시대가 열릴까. 1998년 11월 첫 디지털 지상파 TV방송을 시작한 미국은 오는 2006년쯤 아날로그 TV방송을 중단하고 모든 방송을 디지털로 전환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오는 10월 디지털TV 실험방송을 시작, 내년 시험방송을 거쳐 2002년부터 본방송에 들어가고 전면 디지털방송은 2010년에 시작된다.

石珉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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