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 알린 '한반도 해빙'

입력 2000-07-27 00:00:00

이정빈(李廷彬) 외교통상부 장관과 백남순(白南淳) 외무상 간의 사상 첫 남북 외무장관 회담은 6월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의 화해·협력 추세를 국제무대로 확대시킨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남북 외무장관은 회담후 채택한 공동발표문에서 "쌍방은 남북 공동선언을 바탕으로 남북간에 화해와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대외관계와 국제무대에서도 상호협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하고 있다.

회담에 배석했던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대외관계에서의 협력은 북한의 대미·일 관계개선이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긴요하고 이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남측 입장에 대해 북측이 동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제무대에서의 협력이란 북한이 아직 가입하지 않은 포럼과 안보기구에 가입할 때까지 협력하고 가입 이전이라도 여러 형태로 참여토록 한다는데 남북이 의견을 같이 한 것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남측은 외무장관 회담에서 △남북 재외공관 간의 상시 협의채널 구축 △유엔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에서의 외무장관 회담 정례화 및 협조 △북한의 아시아개발은행(ADB), 아·태경제협력체(APEC) 등 국제기구 가입 지원 등을 제시했다.북측의 반응이 대체로"이번 회담의 성격이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이며, 외무상으로서 공동선언을 어떻게 뒷받침해 나가느냐를 논의하는데 있다"고 한 만큼 북측도 묵시적인 동의를 한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방콕에서의 남북 외무장관 회담이 오는 29~31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남북장관급 회담과 맞물려 6·15 공동선언을 내외에서 충실히 이행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정부의 평가는 설득력이 있다는 지적이다.

남북은 또 이번 외무회담을 통해 미사일 개발에 대한 우려 등에 대해 상호 입장을 교환하고 현실적인 해결방안도 시도한 것으로 전해져 외적인 결과 만큼이나 첫회담치고는 내실이 있었다는게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실질협력과 관련해 눈에 띄는 대목은 유엔에서의 현실적인 협력방안에 합의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유엔 총회에서 도출된 결의안이 남북의 반목과 대립을 주요 흐름으로 했다면 앞으로는 정상회담 정신에 따라 협력하는 것이 대세를 이뤄야 한다는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또한 뉴욕이나 베이징(北京), 방콕 등 남북한 공관이 동시에 상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상시 외교협의 채널 구축에 협력키로 했다는 점과 유엔총회나 ARF 외무장관회의 등 기회있을 때마다 외무장관 회담을 갖는 방안에 의견을 접근시켰다는 점도 주목된다.

특히 이번 남북 외무회담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방콕주재 남북한 대사관이 협의를 했다는 사실은 향후 협력의 지속을 예단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소득이 있었다는게 당국자의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외무장관 회담의 결실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6·15 공동선언에서 연합제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의 공통점을 인정한 것과 연계해 의미심장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남북이 외교의 독자적 수행을 통해 상호 체제를 인정하는 틀속에서 통일의 접점을 찾아가는 모양새를 상징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