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룸살롱 '우후죽순'

입력 2000-07-25 14:09:00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모 룸살롱. 4인기준 기본술값이 양주2병 30만원, 안주3개 30만원, 밴드 10만원, 1명당 팁 10만원으로 룸당 매출액이 최소한 100만원 이상이다. 룸 8개를 갖춘 이 룸살롱은 밤9시 이후에는 예약이 아니면 자리가 없을 정도여서 하루 평균 매출액이 최소 800만원, 월평균 2억4천만원을 웃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 세무당국에 신고하는 월 평균 매출액은 3천600만원선으로, 실제 매출액의 14%정도다.

룸 10여개를 갖춘 대구 모호텔 룸살롱의 경우도 5인기준 기본술값 100만원선으로 월평균 매출액이 2억원을 상회하나 실제 세무서 신고액은 5천만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14개의 룸을 갖춘 수성구 지산동 ㅍ룸싸롱 여종업원 김모(23)씨는 "밤 9시만 되면 예약손님외에 받을 수가 없다"며 "최근 술값은 물론 팁도 2만원 올랐는데 장사는 더 잘된다"고 했다.

달서구 룸살롱 업주 이모(32)씨는 "대구시내 룸살롱 가운데 매출액의 30%이상을 세무서에 신고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부가세, 특소세, 교육세 등을 합치면 세금만 36%가량이므로 제대로 신고하면 업소는 망한다"고 털어놨다.

룸살롱 업주들에 따르면 현금과 외상거래액은 일절 신고하지 않으면서 상당수는 '카드깡'업자들과 짜고 허위매출전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세금추징을 회피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타고 대구시내 룸살롱 영업이 유례없이 번창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영업허가 제한이 풀리기전 691개이던 룸살롱이 지금은 904개(6월말 현재)로 불어났다. 수성구 지역에만 유흥주점이 101개 늘었으며 이 중 신규 개업은 27개에 그치고 노래방 43개, 단란주점 28개, 일반음식점 2개 업소가 룸살롱으로 업종을 바꿨다.

수성구 황금네거리에서 두산오거리 사이 양편 상업지역에만 100여개 업소가 몰려있고 달서구 본리네거리에서 죽전네거리 사이도 룸살롱 48개 업소가 빼곡이 들어찼다. 이처럼 룸살롱이 번성하자 단란주점, 노래방, 카페, 레스토랑 등이 접대부를 두고 룸살롱과 똑같이 영업을 하는 불·탈법행위가 만연하고 있다.

달서구 송현동 ㅅ주공아파트 인근에는 여성접대부를 둔 무허가 레스토랑이 20여개가 들어서 경찰이 집중단속구역으로 지정하고 있으나 여전히 성업중이다.

달서구 본리동 ㅇ주점 이모(38·여)씨는 "룸살롱 900여 업소마다 평균 10명씩만 잡아도 여성접대부는 1만명에 이른다"며 "레스토랑, 카페, 노래방 등을 합치면 대구시내에서 일하는 여성접대부는 적어도 2만여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IMF이후 생산기업은 모조리 무너지고 있는 판에 이처럼 탈세관행에 편승해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향락업만이 나날이 흥청거리고 있다.

金炳九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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