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집권시대는 끝났다' '권부의 상징인 서울공화국도 이젠 막을 내린다'5년전인 1995년 7월. 우리는 민의에 의해 지방살림이 꾸려지는 이른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작에 온 희망을 걸었다. 국가의 경쟁력은 이젠 지방경제 활성화에 달렸다며 21세기 한국의 지도를 새로 그렸다. 인구 고작 10만명의 일본의 이즈모(出雲)시. 가진 것이라고는 관광지 몇개밖에 없는 고도(古都)인 이 도시가 일본의 대표적 초일류 기업으로 변신한 성공 사례를 보면서 우리도 이처럼 새로운 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으로 지방자치 시대를 자신있게 열었던 것이다.
당시 민선 단체장들은 지역민의 소망인 도시의 지방화(localization), 국제화(globalization)를 실현시키기 위해 힘찬 출발을 했다.
일그러진 지방자치
5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지방자치는 출발 당시의 장밋빛 희망과는 거리가 영 먼 곳에 와 있다. 지방정부의 관리 능력 부재와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토착비리 등으로 지방자치에 대한 냉소적 분위기도 적잖게 생겨났다. 또 파행과 편법이 판을 치고 단체장의 아집으로 집행된 지방행정은 우리의 지방자치가 아직은 미숙한 단계에 있다는 비판도 많이 받게 됐다.
그나마 지방의 경쟁력이 나아졌다면 다행이겠으나 지방자치제 실시에도 불구, 지방도시의 경쟁력은 5년전보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중앙집권적 권력체제를 지방분권적 체제로 바꾸고 지방이 세계를 상대로 경영을 꾸려가면 삶의 질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었던 지방민들의 희망은 한낱 물거품에 그치고 만 것이다. 오히려 전국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은 인구와 경제력이 더욱 집중되면서 '도시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만 것이 자치살림 5년을 보낸 오늘의 현실이다.
점점 커지는 서울과의 격차
이처럼 우리의 지방자치는 일그러진 모습으로 지금 우리 앞에 서 있다. 빈약한 지방재정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IMF이후 단행된 구조조정으로 지방의 경제는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지역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조차 맥없이 쓰러지면서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한참 뜨고 있는 벤처나 코스닥 업체들로 북적되는 서울과는 극히 대조적인 모습이 아닐수 없다. 자치단체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국이 골고루 잘 살아보자는 본래의 자치개념이 5년의 자치시대를 보내고도 여전히 중앙과 지방의 종속적 구도에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니, 변화는커녕 오히려 서울과 지방의 경제력 격차가 더욱 커져 지방민들이 받는 소외감은 동서간의 갈등보다 더 견디기 힘든 지역 갈등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는 오늘이다.
정부 자치구현 의지 없어
우리의 지방자치가 이런 모습으로 다가온 이유는 간단하다. 지방자치 구현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관료들이 갖고 있는 비뚤어진 엘리트 의식이 지방자치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중앙관료가 아니면 해 낼 수 없다는 '중앙 편향적 사고'가 지방에 권한을 넘겨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중앙집권적 체제에 안주하려는 그들의 오랜 타성도 한몫 했다. 지금껏 누려온 기득권을 지방자치라는 이유로 넘겨줄 수 없다는 생각이다.
지방자치이후 많은 자치단체장들이 앞다퉈 자랑한 자치행정의 한 대목은 중앙부처로부터의 예산 확보다. 단체장의 능력여부를 평가받을 수 있는 중요 잣대가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지방의 단체장들은 중앙과의 연결고리를 잘 유지하기 위해 중앙을 향해 끊임없이 구애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지방정부 스스로 독자적인 살림을 펼 진정한 지방화는 이러한 것들이 먼저 해결되지 않으면 영원히 요원할 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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