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움직이는 한국증시"

입력 2000-07-24 00:00:00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버팀목'이 계속 되어 줄까"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들의 동향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거래소 시장 경우 지난주 중반 외국인의 매도우위 전환으로 추락을 거듭하다 다시 순매수로 돌아서자 반등에 성공했다. 외국인의 움직임에 따라 종합주가지수가 출렁댄 것. 거래소 시장에서만 올들어 11조원 이상을 사들인 외국인들이 최근 매도쪽으로 돌아서면서 증시 주변에선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일한 매수세력으로 증시를 지탱해오던 외국인이 계속 매도공세를 펼 경우 주식시장은 폭락이 불가피하기 때문. 국내 증시의 '방향타'를 외국인들이 쥐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주 외국인들이 순매도를 보인데 대해 증시전문가들은 우선 미국증시의 영향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외국인들은 올들어 미국 증시, 특히 나스닥시장이 폭락하면 아시아에서의 매수강도를 낮추는 흐름을 보여왔다. 지난주 중반 나스닥시장은 연일 하락세를 나타냈고 이로 인해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는 설명. 하지만 나스닥이 다시 폭등세를 나타낸 21일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에서 순매수했다.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반도체 관련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분야 투자비중을 낮출 것을 권고한 것도 외국인 매도를 촉발시켰다는 분석. 동남아의 통화불안도 외국인들의 아시아 전반에 걸친 투자축소로 이어진 것으로 증시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향후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대해선 대부분 전문가들이 "아직은 한국시장 전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징후는 포착되지 않았다"며 낙관론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을 팔면서도 현대전자주를 사는 모습을 보면 외국인들은 여전히 한국시장에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증권 한 관계자는 "원화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정보통신 분야에서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한국은 기본적으로 동남아와는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을 외국인들은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 수급상황이 계속 호전되지 않을 경우 외국인들이 매도세를 오래 유지할 것이고, 이는 곧 증시의 체력을 급격하게 저하시킬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령 N리서치이사는 최근 인터넷 증권사이트 '팍스넷'에 올린 '외국인 투자가의 매수세 지속될 것인가'란 글을 통해 "3/4분기에 외국인의 한국주식 매수 강도는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에 대한 시각이 우호적인만큼 급격한 이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외국인의 매수강도의 약화내지는 부분적인 축소 가능성을 염두에 둘 때 상반기말 나타난 중소형가치주나 M&A 관련주, 수익모델이 확실하고 성장성이 뒷받침되는 선별적 신경제주식(코스닥포함)에 대한 길목지키기도 고려할만한 시점이란 게 김이사의 지적이다.李大現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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