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자금 지원으로 우방은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다.
채권단 결정에 따라 1천500여억원이 우방에 들어오면 앞으로 3개월동안은 부도 위기가 없을 것으로 우방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우방이 채권 금융기관의 지원만으로 회생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이번 자금 지원이 끝나는 3개월 뒤, 오는 10월 중.하순에 우방이 어떤 모습으로 변신해 있느냐는 회생의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방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시장에서 기업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주택업체의 특성상 아파트 분양에 따른 계약금, 중도금 등이 순조롭게 들어와야 공사를 계속할 수 있다. 중도금 납부는 기업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게 보통이다.
지난 6월까지 우방에는 하루 10억원 안팎의 중도금이 들어왔지만 1차 부도 직전과 직후 시중에 부도설이 나돌면서 중도금 납부가 뚝 끊겼다. 채권 금융기관의 자금 지원이 진통을 겪었던 최근 며칠 사이에는 중도금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우방으로서는 당장 어음을 막기 위해 채권단의 긴급 수혈이 필요했지만 이런 점은 아파트 계약자들에게 불안감을 더욱 키운 결과가 됐다.
긴급 자금지원 요청은 계약자들뿐 아니라 협력업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수백개 협력업체가 연쇄도산에 대한 우려를 가지면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일을 할 수 없었다. 휴지조각이 될 지 모르는 어음을 갖고 공사를 한다는 것은 협력업체로서도 할 수 없었던 일. 대구에 있는 우방 현장은 협력업체들의 관망으로 제대로 공사가 이뤄지는 곳이 없다.
우방과 아파트 계약자, 우방과 협력업체 모두 같은 처지에 놓여 있지만 누구도 확신을 갖고 매듭을 풀어나가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딜레마의 원인 제공자는 당연히 우방이다. 우방이 채권단에서 얼마만큼 돈을 지원받는다고 해도 계약자들이 중도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부도는 항상 예고돼 있다. 경영진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는 것으로 계약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계약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내가 납부한 중도금이 과연 아파트 현장에 그대로 쓰이는가'다. 우방이 이런 계약자들의 질문에 명쾌한 대답을 하지 않고서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결국 쓰러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국 2만가구, 영남권 1만5천가구 아파트 현장을 입주예정자 대표, 금융기관, 우방 등 3자가 참여, 중도금을 관리하며 공사를 진행시키는 '직불현장'으로 전환하는 우방의 결단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직불공사는 이미 지역에서도 보성, 청구 등에서 해본 경험이 있고 입주 예정자들도 상당히 호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도금이 투명하게 운영돼 아파트 분양자들의 신뢰를 다시 찾으면 중도금을 비롯한 기업 자금의 회전율이 높아져 안정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
미분양 아파트는 협력업체에 대물 지급 방식으로 처리해 공사 진척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협력업체들은 5~6개월짜리 어음보다 미분양 아파트를 대물로 받고 어느 정도 재산 보전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들은 "금융권에서 아무리 많은 돈을 지원받아도 계약자, 협력업체에 신뢰를 잃어버리면 우방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며 "경영진의 책임있는 자세, 공사현장의 직불제도 도입 등과 같은 특단의 대책을 내놓는 것이 가장 빨리 회생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金敎榮기자 kimky@imaeil.com
全桂完기자 jkw6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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