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지방낙후는 영남의 문제

입력 2000-07-20 14:21:00

사회전체를 술렁이게하는 큰 문제들 때문에 지방자치제 출범 5주년은 있는듯 없는듯 넘어가고 마는 것같다. 남북문제나 의료대란, 금융대란이 엄청나게 무거운 문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달로써 만 5년을 넘는 세월의 지방자치제 실시에도 양극화현상을 보이는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그런 문제보다 더 근원적이고 심각하다. 어쩌면 남북문제나 의료.금융대란은 역사의 진보와 개혁과정에서 생긴 문제이니만큼 크게보면 긍정적 혼란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제를 실시해도 오히려 수도권 집중이 극단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것은 국민간의 분열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발전을 후퇴시키는 부정적 징후로 평가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사회가 최고의 가치로 숭상하고있는 민주주의의 퇴보와 국정수행 전반에 장애가 될 것이다.

◈혼란속의 지방문제

지방자치선거의 실시로 한때나마 고무됐던 지방민들은 이제 그것이 껍질뿐인 자치이며 그 위선적 껍질이 오히려 중앙집중을 가속화시키는 보호막 구실을 해왔음을 피부로 깨닫게된 것이다. 지방에서는 취직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지방에선 사업도 한계가 있고, 지방에선 교육도 제대로 받을 수 없고 지방에선 출세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지방민들에게 절망으로 다가오기에 이르렀다. 특히 외환위기이후 수도권과 지방의 경제적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고 수도권은 이 나라의 거대한 블랙 홀처럼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것을 빨아들여 지방민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집단적으로 하등국민으로 전락했다.

이같은 지방전락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국 시도 가운데 특히 경상도권이 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문제는 영남지역민에게 가장 심각하다는 뜻이다. 서울비대현상은 서울과 지방이란 지역대비의 개념을 수도권과 지방의 개념으로 바꾸어놓았고 대전이북을 수도권으로 잡는다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바로 수도권과 영호남의 격차를 말하는 것이다. 지방자치제 출범후 추락하고 있는 지방이란 곧 영호남을 일컫는다해도 과언이아니다. 영호남 지역감정이 현안문제가 되고있지만 이렇게 영남과 호남은 낙후한 지방이란 점에선 같은 처지다. 그렇지만 호남은 현정권창출의 연고지역이기 때문에 낙후를 벗어날 희망이라도 가져볼 수 있지만 영남권은 그럴 수도 없어 지방낙후의 핵심문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핵심문제는 영남권

이같은 지방낙후의 성격을 반영하듯 지난 5월에는 영호남 8개광역단체장들이 대구에 모여 강한 톤의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공동선언을 내놓았다. 정부도 최근 지방의 낙후를 해결하기위해 청와대에 지역균형발전기획단을 만들고 금명간 지역균형발전계획을 내놓을 모양이다. 그러나 영호남 지자체장들의 선언과 청와대기획단의 한계는 이미 서울과 함께 중앙집중의 혜택속에 고속성장을 한 서울 인접 수도권 지자체와 비수도권 지자체간의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점이 너무 많은데 있다. 서울 인접 수도권 지자체와 비수도권 지자체는 한묶음의 지자체로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비수도권 지자체가 영호남과 꼭같이 지방이란 이름으로 지역균형발전정책의 혜택을 누린다면 수도권 비대는 더 가속화되고 지방간의 격차를 더 넓힐 뿐이다. 영호남의 발전이 과잉비대한 서울과 수도권 지자체의 부(富)와 힘을 상당부분 영호남으로 옮겨야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 정부의 지방균형발전정책은 획기적 지방분권강화책과 함께 영호남중심의 집중특별정책을 펴야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권력소외지역인 영남에대한 정책적 차등이 없도록 각별한 배려가 있어야할 것이다.

◈정책적 차등 없어야

지역낙후를 지자체차원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입장에선 지방정부가 줄기차게 중앙정부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뜻에서 영호남광역단체장들의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공동선언에는 지역주민들은 누구나 큰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영남권의 부산이 적극적 자세로 주도적 입장인 데 비해 대구.경북이 따라만 가는 인상은 지역발전에 대구.경북 단체장의 소극적 자세를 보는 것같은 느낌이다. 대구.경북의 적극적 자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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