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차 도난 급증 나는 도둑 기는 경찰

입력 2000-07-19 15:40:00

18일 새벽 1시50분쯤 달성군 논공읍 논공경찰초소. 장모(28)순경이 의경1명과 함께 갤로퍼 승용차를 검문하는 순간 차량은 논공공단쪽으로 그대로 달아났다. 차번호를 통해 도난 수배중인 대구80 다 9824호를 확인한 경찰은 서둘러 인근 위천초소와 달성경찰서 상황실에 무전을 쳤다.

하지만 용의자는 위천초소를 그대로 통과해 논공파출소 인근을 거쳐 현풍-유가-구지까지 달아났다. 이 과정에 순찰차 6대가 출동해 용의자의 예상 도주로를 추적·압박했으나 용의자는 이미 구지주유소에 차량을 버리고 유유히 종적을 감췄다. 이 때가 새벽 2시 50분. 경찰이 6개 파출소와 초소를 따돌리는 용의자와 벌인 심야 추적극 1시간이 허사로 끝나고 만 순간이었다.

달성경찰서는 이날 자체 감찰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도난차량은 정모(33·달서구 용산동)씨 소유로 6월에 도난신고를 하고 이달 14일 자진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들어 차량도난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휴가철을 맞은 요즘 차량도난사건이 빈발,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올들어 차량도난은 2천600여건(오토바이 포함)으로 하루 평균 13, 14대꼴의 높은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

여름휴가철을 맞은 요즘은 주택가 골목길은 물론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까지 차량을 도난당하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지만 경찰이 범인을 검거하거나 차량을 찾아주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더욱이 종전에는 손쉬운 소형차를 주 범행대상으로 삼던 범인들이 최근에는 새로 나온 고급 승용차를 노리는 경우도 적잖아 피해자의 손실규모가 커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도난신고를 한 뒤 1개월 경과후 차량등록사업소에서 차적말소를 하기까지 범죄사용 불안과 회수 노력 등으로 심적 고통을 겪고 있지만 경찰은 차량도난이 빈발하면서 적극적인 수사에서 멀어지고 있다.

지난달 대구에서 발생한 어린이 유괴사건 용의자는 훔친 세피아 승용차에 외제차에서 떼낸 번호판을 달고 다녔지만 검거시까지 한차례도 경찰 검문을 받지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었다.

대구시 북구 매천동 한모(31)씨는 지난달 21일 새벽 2시30분쯤 집앞에서 아반테 승용차를 잃고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한달여만인 지난 18일 자신이 우연히 발견해 차량을 회수했다.

대구시차량등록사업소에 따르면 올들어 6월 현재 자진말소 차량 1만4천800여건으로 지난해보다 1천100건이 늘었으며, 이 가운데 10%가 넘는 사례가 차량을 도난당해 말소시킨 것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姜秉瑞기자 kb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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