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차 대전을 통해 미국의 세력권 안으로 완전히 들어갔던 유럽의 강호 독일과 프랑스가 종전 50년을 넘기면서 서서히 제목소리 키우기를 시작했다.
독일 경우, 미국이 종전 직후 마셜 플랜을 통해 서독의 경제부흥을 지원함으로써 공산진영에 대항하는 자유진영의 보루로 기능했다. 그 후 미국은 이곳에 대규모 병력을 주둔시키고 핵우산 정책을 통해 독일의 안보를 책임졌다. 정치.군사적 측면 외에도 독일은 전후 미국 문화의 영향을 가장 철저하고 광범위하게 받아 왔다.그러나 냉전이 종식되고 독일이 통일됨에 따라 독일은 더 이상 자유진영의 전선이 아니며, 베를린은 이제 냉전의 상징이 아니라 독일 통일, 나아가 유럽통합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독일 정치에서 전후 세대가 전면에 부상하자 냉전시대에 설정됐던 독.미 관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대두하고 있다.
여기다 유럽 통합이 완성 단계에 이르고 독일이 통합 유럽의 지도국을 자임하고 나섬으로써 초강대국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근래 피셔 외무장관이 유럽연방 공화국 창설을 제의한 것도 이같은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며, 미국에 대해서도 새로운 인식을 갖도록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유럽의 경제 통합을 주도한 독일은 이제 정치.군사 통합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총리가 클린턴 대통령에게 대놓고 미국의 NMD(국가미사일방위)계획에 대한 유럽국가들의 우려를 전달하는 것도 이래서 가능했다. 이는 독일이 미국의 군사전략에 대해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어서, 대미관계 전반의 변화와 관련해 주목됐다.
그러나 양국 관계 변화는 매우 점진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은 아직 독일에 유럽 주둔군의 대부분을 배치하고 있으며, 프랑크푸르트는 유럽내 미군의 병참 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유고공습과정에서 유럽이 미국의 들러리 역할밖에 하지 못하고 군사력의 절대적 열세를 드러낸 것은 아직 유럽이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점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한편 프랑스는 그동안 미국과 심심찮게 마찰을 빚다가 최근엔 범세계적 위성 도.감청 시스템인 '에셜런'을 둘러싸고 또 불화를 노출했다. 더욱이 프랑스는 냉전시대에 미국 주도로 형성된 에셜런이 프랑스 민간기업의 해외사업 활동을 방해한 적이 없는지에 대해 조사를 단행키로 했다.
프랑스와 미국간의 보이지 않는 알력은 미국 및 영국 연합군의 이라크 공습, 이라크에 대한 제재, 미국의 국제정세 주도 등을 둘러싸고 지난 몇달 동안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달 말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민주주의 공동체 회의 폐막성명 서명을 거부해 미국을 또한번 자극했었다.
외신종합=朴鍾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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