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50년의 아득한 세월을 뛰어넘어 살아있다는, 꿈결처럼 들이닥친 형님, 동생, 오빠, 남편 그리고 아들의 생존 소식에 이산 가족들은 하나같이 눈물을 쏟았다. 그동안 죽은 줄로 알고 사망신고를 하고 제사를 지내며 한을 삭여온 가슴들이 재회의 설렘으로 뛰었다. 이렇게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가족의 생사를 깜깜하게 모르고 지나온 지난 세월을 원통해했다. 그러면서 한 시도 잊은 적이 없이, 그토록 사무치게 그리워하다 먼저 세상을 뜬 가족들을 생각하며 또 눈시울을 붉혔다.
경북 영주시 이산면 권중후(62)씨는 10년째 제사까지 지내온 형 중국(68)씨가 북쪽에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형이 6.25 다음해에 북으로 갔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그토록 보고 싶어하시던 어머님이 살아 계실 때 만났더라면..."하며 애통해했다.
포항시 북구 두호동 김소백(73)씨는 "꿈에도 그리던 동생이 찾아올 것 같아 50년째 이사도 가지않고 상봉의 날이 반드시 오리라고 믿어왔다. 동생을 만나면 먼저 돌아가신 두 형님 산소에 함께 원혼이라도 달래야겠다"고 울먹였다.
6.25때 인민군에 끌려간 작은 오빠 박균호(66)씨가 북쪽의 명단에 들어있는 것을 접한 예천군 류천면 율현동 박균동(63)씨는 "어릴 때 자주 노래를 가르쳐주던 오빠가 전쟁때 죽은 줄로 알고 있었는데 살아있다니 하루 빨리 만나고 싶다"며 박수를 치고 기뻐했다.
대구시 수성구 상동 양용생(75 여)씨는 "동생 원렬이가 반백년 동안 북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너무나 궁금하고 반갑기 그지없다"며 서울, 강원도 등에 살고 있는 형제들에게 소식을 전하느라 바빴다.
경북 안동시 송천동 김창기(58)씨는 형 영기(67)씨가 북측 이산가족 상봉후보 명단에 들어있다는 소식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으며, 경남 거창군 거창읍 학리 김영일(71)씨는 "그동안 어디엔가 살아있으리라는 믿음으로 호적 정리도 하지 않았다"며 감격해했다.
사회1.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