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의 독자생존을 보장하고 한빛은행에 대해선 정부의 후순위채 매입보장으로 정상화한다지요. 지방은행을 강제합병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얘기도 있답니다"금융개혁에 대한 노·정 합의 이후 금융가는 정부와 금융노조간 이면합의설로 술렁거렸다. 근거없는 낭설로 마무리됐지만 대구은행은 해프닝 과정을 은근히 즐기는 기색이었다.
노·정 합의로 누구보다 큰 과실을 수확한 이는 대구은행을 포함한 지방은행이다. 은행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금융개혁을 추진할 수 있음을 약속받았기 때문이다.광주·제주은행 등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는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지방은행들은 그동안 합병 없이 독자생존할 것임을 기회있을 때마다 역설했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믿어주는 이는 많지 않았다. 경영지표야 우수하다고 하지만 은행 규모가 작고, 정책결정과 각종 로비가 이뤄지는 서울과 떨어져 있어 어떤 바람에 휩싸일지 자신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번 노·정 합의에서 정부가 은행 합병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대구은행의 입지는 강화됐다. 또 예금부분보장 한도를 상향조정할 수도 있다고 내비침으로써 독자생존 가능성도 더욱 넓어졌다. 한도가 늘어나면 대형 우량은행으로의 자금집중 현상을 다소나마 덜게돼 지방은행은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7·11 은행 파업에서 대구은행 노조가 집행부를 중심으로 성실히 참여해 금융노조 내부에서 위치를 굳힌 것도 향후 구조조정 국면에서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이번 파업사태가 대구은행에 유리하게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적잖다.
정부 입김보다 한층 더 엄격한 시장의 힘이 구조조정에 직접 작용하게 됐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정부가 구조조정을 좌우할 때엔 정부만 설득하면 됐지만 이젠 경영실적과 능력 등 총체적 생존 가능성을 시장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대구은행의 시장지배력은 하락하는 추세다.
한국은행 대구지점이 대구·경북 291개 기업을 조사한 것에 따르면 5월말 현재 시중은행과 대구은행의 점포 수는 38:36이지만 조사 기업의 주거래은행 점유율은 55:28로 점포에 비해 대구은행의 주거래기업 비중은 훨씬 낮았다.
또 조사 기업의 17.5%가 주거래은행 변경을 고려중이며 거래희망 은행은 시중은행이 82%로 압도적이었다. 금융 구조조정을 앞둔 시점이어서 혹시라도 안전하지 못할 은행과는 거래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일부지만 엄연히 존재한다는 얘기다.
지역에 본사를 둔 은행을 원하지 않는 지역민은 적을 것이다. 금융 구조조정의 격랑 속에서 시장의 힘과 지역민의 희망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는 대구은행의 몫이 됐다.
李相勳기자 azzza@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