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경찰의 숨은 선행 3년

입력 2000-07-15 14:19:00

"고등학교 3년동안 제게 힘이 돼 준 형님같은 분이셨습니다. 학생으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 견디기 힘든 시기를 탈 없이 보낼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대구지역 모 섬유회사에서 어엿한 기능공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권모(19)군.권 군은 올해 영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회사에 취직, 지금까지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열심히 살 수 있었던 것은 지난 3년동안 함께 해 준'경찰 형'때문이라 한다.

권 군의 경찰 형은 영양경찰서 강상구(28·사진)순경.

강 순경이 권 군을 만난 때는 97년 경찰에 입문해 일월파출소로 초임 발령받으면서부터. 당시 고교에 막 진학한 권 군은 소년가장으로서 감당키 어려운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

강 순경은 자칫 탈선의 길로 빠져들 수 있었던 권 군을 관심과 따뜻한 사랑으로 지탱시켜 줬다. 이때부터 권 군이 학교를 졸업할때까지 푼푼히 모은 돈으로 학용품과 용돈 등 생활비와 학비를 마련해 주었다.

"제가 보탠 것은 없습니다. 단지 소년가장으로서 어려운 생활을 꿋꿋하게 헤치고 밝게 자라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된 것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박봉속에 쪼개 쓴 이웃사랑이 쑥스러운 듯 강 순경의 얼굴은 이내 부끄러운 홍안이 됐다.

안동 애명복지촌(안동시 서후면 도촌리)에 매달 후원금을 보낼때면 마음부터 설렌다는 강 순경의 숨은 선행은 지역사회의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특히 강 순경의 몸에 밴 친절과 봉사는 경찰업무에서도 그대로 투영된다.

최근 충북 청원이 집인 시각장애자 이옥연(43·여)씨가 삼척 도계로 향하면서 차를 잘못 타는 바람에 영양으로 들어온 일이 있었다.

이때도 강 순경은 이씨에게 자신의 사비를 털어 숙소와 음식을 마련해주고 컴퓨터 조회를 통해 연고를 확인, 다음날 버스표와 '충북 청원으로 안내해 주세요'라 쓴 길 안내 협조문을 손에 쥐어 주고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영양·嚴在珍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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