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어과 학생 43명중 14명 참변

입력 2000-07-15 14:53:00

▨학교

◈사망자명단 보다 기절

○…자녀들의 사고소식을 듣고 오후 6시30분쯤 부일외국어고에 도착한 100여명의 학부모 가운데 자녀가 숨진 것으로 알려진 독어과 김은애(17)양의 어머니는 사망자 명단이 적힌 칠판을 두드리며 "내딸이 죽었을 리 없다" "다시 한번 확인해 보라"며 오열하다 끝내 기절.

김양의 아버지는 학교측이 사고 즉시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은데 격분, 의자를 집어던지며 학교측에 항의하는 등 극도로 흥분된 상태를 보였으며 일부 학부모는 교무실로 몰려가 "내자식 살려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정성실양의 어머니는 슬리퍼차림으로 학교에 도착한 뒤 칠판에서 딸의 이름을 발견하고는 복도에 그대로 쓰러져 울음을 터뜨려 학교는 온통 울음바다로 변했다.○…영어과 김성주(17)군의 어머니 천영란(38)씨는 사고소식을 듣고 불안함 마음으로 곧장 학교로 달려왔으나 김군이 무사하다는 연락을 받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천씨는 "내 아이가 무사해 다행이지만 다른 학생들이 목숨을 잃어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안타까움에 울먹였다.

○…숨진 14명 모두 사고 차량의 6호차에 탑승했던 독어과 학생으로 밝혀져 학부모와 학교측은 망연자실. 전체 43명 가운데 3분의 1을 차지하는 학생들이 참변을 당해 독어과는 외부와의 연락도 끊은채 온통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부일외국어고는 사고 직후 침통한 분위기 속에 이병완 교감을 사고대책본부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를 마련하고 현장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사고 내용과 사상자 명단 파악에 나서는 등 사고수습에 안간힘을 쏟았다.

부산시는 대책상황실을 마련, 사고수습 지원에 나섰다. 시는 직원 5명을 사고현장으로 보내 사고상황과 사상자 명단을 파악토록 하는 한편 부상자에 대한 치료지원 방안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부산시교육청도 김남일 부교육감을 위원장으로 사고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사고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정순택 교육감 등 8명이 현장으로 떠나 사고수습에 나섰다.

○… 부산시 사하구 감천1동에 위치한 부일외국어고교(교장 김종곤)는 학교법인 선민학원(이사장 서춘석) 산하로 지난 95년 설립된 사립 특수목적고교로 모두 18개 학급에 858명이 재학하고 있으며 교직원은 44명이다.

1학년은 영어과 3개반과 일어, 중국어, 독일어 각 1개반 등 모두 6개반에 292명이 재학하고 있으며 2,3학년은 영어, 일어 각 2개반 독일어, 중국어 각 1개반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11일 부산 대륙관광소속 전세버스 7대에 나눠타고 설악산과 통일전망대 등지를 돌아본 수학여행에는 김교장과 인솔교사 9명, 행정직원 1명 등 10명의 교직원과 1학년 남학생 102명과 여학생 183명 등 285명이 참가했고 7명은 불참했다.◈오늘 임시휴교 들어가

○…부일외국어고 비상대책위원회는 15일 오전 8시쯤 교내 체육관 1층 구 도서관에 합동분향소를 설치. 장례절차는 학부모들과 협의해 결정하기로 하고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키로 하는 한편 이날 하루 동안 임시휴교에 들어갔다.

○…참변을 모면하고 목숨을 건진 주혜완(16.영어과)양 등 186명은 14일 밤 11시쯤 학교앞에 도착, 장대비를 맞으며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과 만나 무사생환의 기쁨을 나눈 뒤 학교측의 간단한 출석체크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6호차에 탑승, 필사적으로 탈출한 이광(16.중국어과), 강우성(16.일본어과)군 등 2명은 크게 다치지 않아 부산으로 돌아오지 않고 김천의료원에 남아 친구들 간호를 자청했다고 학교측이 전했다.

○…구급차편으로 부산으로 이송된 부상정도가 크지 않은 문선미(16.독일어과)양 등 부상자들은 부산대병원과 고신의료원, 침례병원, 동아대병원 등지로 분산돼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화상과 골절상을 입은 상태다.

◈수학여행 안간 학생 충격

○…1학년 가운데 수학여행을 가지 않은 7명의 학생들은 사고소식을 접하고 친구들의 죽음을 슬퍼했다. 공양우(17.일본어과)군 등 7명은 몸이 불편하거나 애니메이션대회에 작품을 출품하기 위해 수학여행을 포기, 참변을 모면해 생사가 엇갈렸다. 학교 관계자는 방과 후에 사고소식을 들은 이들이 친구들의 죽음에 슬픔과 함께 깊은 충격에 휩싸여 있다고 전했다.

▨사고수습

○…학생들을 실은 관광버스는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곧바로 화재로 이어져 18명의 사망자 시신중 13명은 남녀를 구별할 수조차 없을정도로 처참해 신원파악을 전혀 할수 없는 상태.

사고수습에 나선 김천시와 경찰서는 일단 사망자로 추정되는 학부모들을 모아 병원에 마련한 분향실에서 신원확인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DNA 유전자 감별뿐이라고 설명.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산남부분소는 15일 5명의 직원들을 김천의료원과 김천제일병원에 파견, 일단 사체조직을 채취한뒤 부모들의 혈액을 채취해 맞춰보고 감별해 내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내 아이는 손가락만 봐도 알수있다. 사체를 보여달라"고 울부짖었지만 끝내 사체를 볼 수 없었다. 또 "아이들이 가고 없는데 식별한들 뭐하냐"며 피울음을 쏟아내고 병원계단과 복도에서 실신했다.

김천경찰서 형사계 과학수사반 김기득경사는 "DNA 유전자 감별방법은 99%의 확률을 나타내 신뢰도가 높다"고 학부모들을 설득, 14일 밤 11시40분부터 40여명의 학부모로부터 채혈작업에 들어갔다.

◈여행자보험 가입 안해

○…목숨을 잃거나 다친 부일외국어고 학생들은 사고버스 회사인 대륙관광여행사가 삼성화재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피해정도에 따른 보험금과 여행사측으로부터 위로금 등을 받게 될 전망이지만 향후 보상금 산정에 따른 진통이 예상된다.

사고가 난 대륙관광여행사는 경영상태가 튼튼한 것으로 알려져 별도의 위로금을 지급할 것으로 보이지만 워낙 피해규모가 커 충분한 금액을 지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부일외국어고는 학생들이 단체여행을 갈 때 가입하는 여행자보험에 가입하지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부일외국어고 수학여행단이 타고 갔던 대륙관광여행사(대표 이재용)는 지난 74년 설립된 부산의 간판 향토 여행사로 총 29대의 관광버스를 직영하고 있다.

이 회사 대표 이씨는 지난 91년 9월부터 4년동안 초대 부산시교육위원을 지냈으며 당시 학교관계자들과 교분을 쌓아 학교 단체여행 수송을 전담하다시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용린 교육부장관이 15일 오전 수학여행 버스 사고 희생자를 조문하기 위해 김천 제일병원을 찾았으나 유가족들의 항의로 분향도 하지 못하고 병원입구에서 되돌아갔다.

문 장관은 이날 오전 9시 20분께 승용차 편으로 김천 제일병원에 도착했으나 이곳에 있던 30여명의 유가족들이 "시신을 부산으로 옮기는 문제도 유족들이 직접 밤새도록 검찰을 찾아다니며 해결했는데 사고 뒤 처리도 제대로 해 주지 않은 교육부장관의 조문은 필요없다"고 강력 항의하며 문 장관이 타고온 승용차를 발로 차는 등 흥분된 모습을 보였다.

일부 유가족들은 문 장관을 수행한 교육부와 김천시교육청 관계자 등의 멱살을 잡는 등 항의 소동을 별여 문 장관은 병원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2-3분만에 황급히 김천의료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날 유가족들은 사고로 숨진 13명의 학생들의 신원을 가리지 못해 7구의 시신이 안치된 제일병원에 모두 모여 밤새 시신 이송과 앞으로의 대책 등을 논의하고 있었다.

임시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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