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건국 예언 도선의 삶과 사상

입력 2000-07-14 14:07:00

고려개국의 예언서 '도선비기(道詵秘記)'는 실재했나.KBS 1TV 역사스페셜은 15일 오후8시 고려 태조 왕건의 출생과 고려 건국을 예언한 도선의 발자취와 사상을 조명한다.

도선은 통일신라시대 원효 의상과 함께 당대 최고의 호칭인 국사로 추앙을 받던 고승. 그는 '도선비기'를 지어 고려 창업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그가 지었다는 도선비기는 전해지지 않고 세인들의 입에 널리 회자되며 의혹만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 도선도 그저 승려이면서 풍수지리에 능통한 풍수지리의 비조 정도로만 알려지고 있다.

KBS 역사 스페셜은 도선이 입적 직전까지 35년간 머물렀다는 전남 광양 백계산 골짜기 옥룡사지에서부터 그 의문들을 풀어간다.

조선말기 폐사되어 지금은 터만이 남은 이곳에서 지난 97년 도선의 것으로 보이는 수장된 유골 한구가 발견됐다. 부도 아래 석관속의 인골, 뼈의 크기와 모양을 검사해 보니 신장 165cm 가량의 60대 남자로 밝혀졌다. 석관이 발견된 곳에서는 신라말기부터 고려 초기의 양식을 갖고 있는 부도편들도 함께 나왔다. 898년 신라 말기에 입적한 도선과 연대가 맞아 떨어진다는 추리다.

도선이 태어난 곳은 전남 영암군 구림마을. 15세에 출가해 스승인 혜철로부터 선종불교를 배운다. 당시 선종은 신라 중앙귀족들에게 독점돼 있던 교종세력의 반발을 받게 되고 지방 호족 세력과 결부된 새로운 종교 운동 세력이 된다. 도선은 이후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15년간의 운수행각(선종의 수행방법)을 수행하면서 신라말기 사회적 혼란상과 새 시대의 태동을 감지한다.

도선 풍수의 요체 비보(裨補)사탑설은 바로 명당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데 기초하고 있다. 사람이 병들어 위독하면 침 놓고 뜸을 뜨는 것처럼 문제가 있는 땅에 절이나 탑을 짓고 고쳐 쓰는 것이 바로 도선의 비보사탑설이다. 조선시대 조상의 무덤을 위해 명당을 찾던 것과는 다른 우리 땅에 대해 애정을 갖는 새로운 인식인 셈.

왕건과 도선은 생존시간적 차로 직접적인 만남은 불가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고려의 건국을 예견하고 도읍 등을 정한 '도선비기'를 지어 후대에 남겼을 가능성은 크다는 것이 결론.

鄭昌龍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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