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좁은 농협노조

입력 2000-07-11 15:00:00

농협 노동조합이 농축협 통합(7월1일) 이후 농협으로 첫 출근하는 옛 축협 직원들에게 식당·주차장 사용을 못하게 하는 등 집단 따돌림하고 감정싸움을 벌이는 등 텃세를 부려 물의를 빚고 있다.

농협 경북지역본부 노조 간부 6, 7명은 10일 오전 지역본부로 출근하던 옛 축협 경북도지회 직원 10여명에게 주차장 사용을 허용할 수 없다며 차량을 외부에 주차하도록 했다. 이에 항의하는 옛 축협 직원들에게 농협 노조 간부들은 농협 직원도 차를 댈 곳이 없는데 어디에 주차하려느냐며 주차장 진입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간부들은 또 농축협 직원들이 함께 이용해야 할 식당에 '노조와 협의되지 않은 사람은 식당 이용을 삼가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여 축협 직원들의 식당 사용을 제한했다.

이들은 축협 직원들이 임시로 사용하도록 마련된 2층 회의실 입구에도 평소와 달리 옛 축협 경영진의 부실 운영을 비판하는 노동조합 성명서를 붙여 축협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성명서에는 축협 경영진에 대한 사법처리뿐 아니라 '송충이', '거머리' 등의 용어까지 사용하며 축협 직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농협 노조의 이같은 행동 때문에 옛 축협 직원들은 가능한 한 외부 출입을 삼가한 채 내부에서 출근 첫날을 보내며 행여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농협 경북지역본부 한 직원은 "축협의 경영부실 문제는 경영진 사퇴와 법적 처리로 마무리돼야 하는 것이지 통합 농협으로 출근하는 일반 직원들을 따돌리는 것은 농축협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통합 과정에서 생겼던 갈등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농민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새롭게 나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노동조합 경북지회 한 간부는 "지역본부의 주차문제가 심각해져 일부 출입자에 대한 통제를 했을 뿐"이라며 "노동조합이 나서 축협 직원들을 따돌리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全桂完기자 jkw6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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