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관치금융, 과거만의 관행인가

입력 2000-07-11 15:07:00

오늘부터 시작된 은행파업의 핵심쟁점의 하나가 관치금융문제다. 금융노련은 관치금융 근절을 위해 특별법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관치금융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노.정(勞.政)간에 협상이 결렬될 수밖에 없는 이유의 하나가 바로 이같은 관치금융을 둘러싼 양자간의 인식차이에 있는 것이다. 관치금융이 있다, 없다는 시비는 어제 열린 국회에서도 논란을 가져와 이제 노정간의 문제에서 여야간의 쟁점으로까지 비화한 것이다. 그러잖아도 금융노련이 관치금융과 같은 정책문제를 노사협상대상으로 끌고들어온 것을 적절하지 못하다고 보아온 시각에서는 정치권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에 이른 것을 오히려 다행스럽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관치금융의 논란은 이미 재경부와 금감원의 수준을 넘어서 김대중 대통령까지 "관치금융은 정경유착등 과거의 관행이며 국민의 정부는 이를 없애는 정책을 추진해왔다"고 못박아 문제해결이 쉽지않을 것임을 예고하고있다. 그러나 과연 현정부 들어 관치금융은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98년 도입된 은행경영진 선정위원회의 행장선정위원을 중간에 바꾸면서 인사에 실질적으로 개입한 한빛은행초대행장 선출 사례를 비롯한 금융기관의 인사개입, 대통령이 예대마진을 축소하라고 지시하는 등 금리결정개입 사례는 무엇인가. 채권시장 10조원안정기금의 조성과 강제배분, 9개은행에 부실종금사 1개씩 떠맡기기, 대우그룹에 대한 채권단의 신규자금지원방식 개입등은 외국의 언론과 금융계까지 관치금융부활을 우려할 정도다. 더욱 나쁜 것은 금융기관종사자들이 주장하는 전화.구두 요청과 지시등으로 이는 관치를 호도하기 위한 위장수법인 것이다.

이에대해 정부당국자들은 금융시장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간여는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며 금융노련과 야당의 주장은 관치금융의 정의(定義)에 관한 사안이란 주장을 펴고있다. 물론 외환위기이후 금융시장이 무너져 정부가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 숱하게 발생했고 이를 정상화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했던 점도 인정해야한다. 이와 함께 노조가 정부의 일부 건전성감독까지 과잉으로 관치금융으로 몰아붙이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관치금융이란 지적을 받고있는 앞서의 사례들은 시장복원과 직결되는 처방이라 보기어렵다.

정부는 일부라도 관치금융을 인정하면 도덕적 손상을 입는다고 생각할지모르나 금융구조조정이 초미의 과제인 이상 솔직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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