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우리몸 이렇게 달라진다

입력 2000-07-11 14:12:00

장마도 한물 갔다. 며칠 뒤면 본격 휴가철. 그러나 유의하자. 우리 몸은 사시사철 같은게 아니다. 여름 몸은 또 다르다. 어떻게 달라질까? 원리를 알면 대처 방법도 저절로 알게 되는 법. 운동 처방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심장박동 늘어 '부담'

기온이 높아지면 사람의 피부 혈관이 확장된다. 공기 접촉 면적을 넓힘으로써 체온 조절을 쉽게 하려는 자연적 섭리. 이렇게 된 뒤엔 몸의 피가 피부로 몰림으로써 몸의 다른 부위인 근육 혈관 등에는 공급되는 피가 줄어든다.

심장으로 되돌아 가는 정맥의 피 양도 당연히 감소한다. 그 때문에 심장 박동 수가 늘어나는 등 몸은 그 자체로 다른 부위 혈액 공급 부족을 메우려 노력하지만 역부족이다. 활동력이 감소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

이같이 몸 상태까지 바꿔가며 애써도 여름엔 땀의 증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 공기가 수증기로 포화돼 있기 때문. 이럴 때 운동하면 체내 열 축적에 의한 열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 운동할 때 주의할 사항이다.

◇수분 등 빠져 체온 異常

기온이 31℃ 이상되면 또다른 문제가 생긴다. 열을 발산하려 몸이 땀을 흘리기 시작하기 때문. 이것은 체온을 조절하려는 자체 노력이다.

하지만 땀을 많이 흘리면 몸속 수분과 염분이 빠져 나갈 수밖에 없다. 그 대신 혈액은 아주 진해지는 농축 현상이 발생한다. 이것은 인체의 혈액 순환 및 체온 조절 기능에 이상이 온다는 뜻. 이렇게 된 뒤에 올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열 경련'이다. 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졸도하는 증세.

더 심해지면 '열 탈진'이다. 더위로 인해 피부혈관이 확장돼 있는 가운데 땀으로 수분이 너무 많이 빠져 나간 결과. 혈압이 갑자기 내려가고, 두통·하품·현기증 ·식은땀·구역질 등의 현상이 동반된다. 역시 몸의 힘이 빠져 의식을 잃게 된다.목숨까지 앗아가는 '열사병'은 최악의 상황이다. 흔히 젊은 사람은 더운 날씨를 잘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이 화를 부른다. 특히 술을 먹어 체력이 약한 상태에서 장기간 더위에 노출된 후엔 뇌의 체온조절 중추가 마비될 수 있다.

열 경련 예방을 위해서는 소금기 공급이 필요하다. 높은 기온에서 장시간 일할 때는 스포츠 음료를 수시로 마시는게 좋다. 열 탈진 증상이 생기면 시원한 곳으로 옮겨 머리를 식히고 의사에게 자문을 구해야 한다. 열사병은 치사율이 높으므로, 인공으로 체온을 낮추는 치료를 해야 한다. 쓰러진 뒤 체온이 올라가면 급히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자율신경이 어지럽다

에어컨을 너무 좋아하면 탈난다. 우선 냉방된 곳에 오래 머물면 열 발산을 막기 위해 말초 혈관이 수축된다. 체온을 높이려 열을 계속 생산하는 것. 손발과 얼굴이 붓고 피로와 졸음이 온다. 두통과 소화불량 등 증상이 나타나고 여성에겐 생리불순이 생기기도 한다.

때문에 실내온도를 실외온도 보다 5~10℃ 낮게 해 버리면, 그 온도차에 인체의 자율신경계가 적응을 못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냉방병 예방을 위해선 밖에서 막 들어 왔을 때 오싹한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에어컨 바람을 직접 맞지 말고, 얇은 긴팔 옷을 입는 것도 요령. 에어컨을 강하게 잠시 틀어 놨다가 끄는 것 보다는, 약하게 오래 틀어 놓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따뜻한 음료를 수시로 마시는 것도 권장되고 있다.

◇입맛과 잠을 관리하라!

무더위로 입맛이 줄어들어 식사를 거르면 저항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건강하게 여름을 나려면 비타민이 많은 야채와 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아침식사는 가볍게라도 꼭 해야 한다. 간식은 가능하면 줄여 비만이 되지 않도록 한다. 과음하지 않는 것은 무엇 보다 중요하다.

입맛 만큼 중요한 것은 잘 자는 것이다. 수면에 가장 적당한 온도는 18~20℃이나, 여름이면 밤 기온 조차 25℃를 쉽게 넘긴다. 이렇게 되면 체온 조절을 위해 중추신경계가 깨어 작동한다. 이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

열대야에서 편안히 자려면 우선 잠자기 1~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는게 좋다. 몸을 식혀주고 피로도 풀어줘 잠을 청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

술을 마시면 잠이 잘 들게 되기는 하지만, 술이 깨는 과정에서 수면이 방해 받게 되므로 중간에 잠이 깰 수 있다. 잠자리에 든 후 15분 내에 잠이 오지 않으면 잠자리를 벗어나서 몸을 식힌 후에 다시 잠을 청하는 것이 좋다. 잠 부른다고 에어컨을 장시간 틀어 놓고 환기를 소홀히 하면 냉방병이 생길 수 있다.

낮잠을 줄이고 일어나는 시간을 규칙화할 필요도 있다.

◇운동이 보약

건강식품이나 보약이 건강을 버텨 주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건강한 생활습관과 규칙적인 생활만이 건강한 여름나기를 보장해 준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된 이유들 때문에 운동은 선선한 초저녁이나 새벽에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 잠들기 2시간 이내에 운동을 하면 오히려 잠들기 힘들 수 있다. 글: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김대현교수(계명대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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