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건 최수종 제 몫 해낼까

입력 2000-07-08 14:10:00

KBS 1TV의 역사극 '태조 왕 건'의 주인공 최수종은 고심중인 것처럼 보인다. 일반에게 어느 정도 알려진, 가정에서의 닭살(?) 돋을 정도의 자상함,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소년같은 얼굴, 쇼 프로그램에서 춘 '개다리 춤'으로 망가진(?) 이미지 등이 그의 왕 건 역할 수행에 걸림돌이 된다고 느끼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주위에서는 그와 관련, '잘못된 캐스팅'이 아니냐며 우려의 소리도 불거져 나왔다.

초반부를 어느 정도 지나고 있는 이 야심찬 드라마에서 인기의 중심은 '궁예' 역의 김영철에게 몰려 있다. 그는 역사 사료에서 포악하게 나타나 있는 궁예를 재해석, 미륵정토 사상으로 백성을 위해 애쓰는 카리스마형 군주로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견훤 역의 서인석도 마찬가지. 호방한 인품으로 영웅적 면모를 지닌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드라마 성공의 한 축이 됐다. 이러한 실정이다보니 주역이면서도 조연급 인기에 머물러 있는 최수종은 당연히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고민을 안고 있는 최수종은 왕건을 기존의 군주상과는, 다른 포용력과 지혜를 갖춘 인물로 그려내고자 하는 것 같다. 사랑하는 여인(연화)을 떠나보내며 괴로워하는 인간적 면모를 보이면서도 재능있고 개성이 강한 수하의 인물들을 포용력있게 어루만지는 한편 전투와 앞날의 계획에 대해서는 과감성과 심모원려하는 모습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

사실 그는 이전에도 비슷한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킨 적이 있다. 주말극 '야망의 전설'에서 거칠고 남성적인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 '멜로물에나 어울리는 연기자'라는 이전의 세평을 한 방에 날려보냈다. 역사속에서 왕 건은 조연에 머물다가 마지막에 승리자가 됐다. 최수종도 취약한 이미지(?)를 깨고 최후의 건배를 들 수 있을까?

金知奭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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