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 경제 접목 세계적 영상매체로

입력 2000-07-06 00:00:00

김형섭(미국명 켄트 김·27)씨는 세계 최고 대학의 대명사로 쓰이는 '하버드'를 지난 98년 졸업했다. 전공은 경제학. 사람들은 그의 명함에 미국의 유명기업이나 최소한 국내 대기업의 상호가 보기좋게 새겨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어쩌면 지극히 정상적인 상상.

하지만 이런 구도는 지나간 한세기동안에 어울리는 얘기일는지 모른다. 하버드 출신의 신세대. 이 엘리트 청년은 현재 만화를 그리고 있다.

"하버드 스쿨안에만 만화가게가 4∼5곳이 있습니다. 일본만화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도 2곳이나 되고요. 더 이상 만화를 공부에 관심없고 할 일없는 사람들이 시간죽이기 위해 읽는 '3류 도서'로 취급해서는 안됩니다"

그는 현재 서울에서 '파이크 팀'((02)6247-9867)이라는 인터넷 벤처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아직은 그의 말대로 구멍가게 수준. 그러나 그는 자신이 어려서부터 관심을 기울여온 만화라는 장르에다 경제학적 소양을 덧붙여 세계적 영상매체로 키울 꿈을 갖고 있다.

"만화는 영상문학이예요. 글만 보이는 책이 밥이라면 만화는 소화되기 쉽게 만들어놓은 죽이라고 봐요. 바쁜 현대인들은 책 볼 시간이 없잖아요. 만화는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전달하는 훌륭한 매체예요"

그의 고향은 대구. 조각가 이강자씨가 어머니, 현대미술가 이강소씨가 외삼촌이다. 5살때 서울로 갔고 고1때 미국으로 갔다. 어렸을적부터 줄곧 취미는 만화그리기와 만화보기. 가장 감명깊게 읽은 만화는 이현세의 '갈가마귀'와 고우영의 '대야망'이라고.

그는 최근 책도 냈다. '만화보다가 하버드 갔습니다'(징검다리 펴냄). 제목은 대단한 자서전같지만 들여다보면 재기발랄한 만화와 시만 가득하다.

"한 나라의 문화를 이끌어갈 선봉장 대열에 만화가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켄트 김. 미술과 컴퓨터, 무술 등 다재다능한 하버드 출신 만화쟁이의 '만화열정'은 한여름 태양만큼이나 뜨겁다.

崔敬喆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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