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총파업 파장

입력 2000-07-05 15:37:00

금융파업이 11일 강행될 경우 금융 전산망의 정상가동 및 금융결제원 노조의 파업참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은행 업무가 완전 전산으로 처리되는 상황에서 파업으로 전산망이 다운될 경우 은행 업무는 사실상 완전마비되는 초유의 사태에 빠지게 된다.

금융결제원은 수표.어음의 지급결제 및 은행 공동전산망 운영을 맡고 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지급결제 전담운영기관이어서 금융결제원 노조가 예정대로 파업에 동참하면 역시 엄청난 혼란이 불가피하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5일 총파업 강행시 금융전산망을 다운시킬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파업시 전산망을 어떻게 운영할지를 놓고 논의하고 있으며 현재로선 전산담당 노조원들을 모두 철수하는 쪽으로 결정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전산담당 노조원들이 모두 파업에 참가할 경우 암호를 풀 수 있는 대체인력이 없어 전산망 가동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입.출금이나 대출, 송금, 자금이체 등의 금융결제가 대부분 중단될 전망이다.

파업시 대체근무 방안의 하나로 희망을 걸고 있는 인터넷 뱅킹, 폰 뱅킹 등도 전산망이 다운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따라서 전산망이 다운될 경우 가능한 업무는 겨우 수기에 의한 예금 입금 정도로 국한되게 된다. 통장 잔액조회가 되지 않으므로 창구에 직원이 배치돼 있다 하더라도 출금도 안된다는 얘기다.

은행들은 전산담당 노조원들이 파업으로 철수할 경우 어떻게 전산망을 가동할지를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그러나 전산망이 가동되더라도 인터넷 뱅킹 등이 폭주할 게 뻔하므로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금융결제원 노조가 파업에 동참할 경우 기업은 물론 개인의 자금결제가 중단된다. 개별 은행에서 어떻게 볼일을 보더라도 타행간 교환이 되지 않으므로 거래은행에서의 업무처리가 소용없게 된다는 얘기다.

한국은행 전철환 총재가 4일 금융결제원을 방문해 노조원들에게 파업참여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한 것도 이같은 금융결제원 업무의 특수성 때문. 전 총재는 "거래대금 결제지연으로 정상적인 기업이 부도나는 등 국가경제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어떠한 경우라도 금융결제원 업무가 마비돼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조합원 515명인 금융결제원 노조는 그러나 지난 3일 총파업 찬반투표에 참여했으며 현재 파업동참을 확인한 상태다.

李相勳기자 azzza@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