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차도 경계석 화강석으로 교체

입력 2000-07-05 14:37:00

4일 오후 2시 대구시 동부정류장 인근 차도 경계석 공사장. 적어도 3, 4년은 쓸만한 멀쩡한 콘크리트석이 모조리 뜯겨져 나가고 있었다. 대신 그 자리엔 화강석으로 고급스럽게 만든 경계석이 들어섰다. 같은 시각, 동부정류장과 동구시장 중간지점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공사현장에서도 인부 3, 4명이 기존의 콘크리트석을 뜯어내고 화강석을 깔고 있었다.

수성구 대구산업정보대학 입구와 수성구 파동, 남구청 네거리와 미리내맨션사이, 남구 효성로 등 대구시내 곳곳의 보·차도(步·車道) 경계석 설치 현장에서는 콘크리트석을 화강석으로 바꾸는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대구시와 각 구청은 콘크리트 경계석이 잘 깨지고 미관에 좋지않다는 이유로 4년전부터 그보다 8배나 비싼 화강석으로 교체하기 시작, 시내 전 보·차도의 경계부분을 화강석으로 도배를 하고 있다.

화강석(높이 18cm·폭 20cm)의 개당 가격은 2만5천원, 같은 규격의 콘크리트석은 3천200원. 무려 8배의 가격 차이다.

그럼에도 대구시는 지난 4년동안 20억원안팎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차도경계석을 화강석으로 시공하는 데 쏟아부었다. 국민 세금 낭비의 대표적 현장이다.

각 구청도 마찬가지. 대구시 지침에 따라 동구의 경우 올해만 대구공고~파티마병원 구간 등 차도경계석 개체에 1억 5천여만원을 들였고 북구청도 차도경계석 개체를 포함, 도로개설 및 인도정비공사에 지난 2년간 5억여원을 투입했다. 다른 구청들도 지난 4년동안 해마다 1억원내외의 혈세를 차도경계석 개체에 퍼붓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 진단=전문가들은 선진국에서도 환경파괴를 이유로 거의 시공하지 않는 화강석을 버젓이 사용하고 있는 현실의 일차적 원인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우리나라 콘크리트 제품에서 찾고 있다.

국내 콘크리트석의 경우 제조업체들이 섭씨 65도의 적정 온도 및 4~6시간의 증기양생 시간규정을 지키지 않고 경비 절감을 노려 80도이상의 고온에 1, 2시간만에 양생해내고 있다. 따라서 내구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불량제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

또 일부 영세업체들이 시멘트 사용 비율을 줄이거나 나쁜 골재를 사용하는 것도 고질적인 병폐다.

전문가들은 업체들이 대구시의 협조 및 감독아래 제조공정을 지키고 선진국의 기술을 보완하면 양질의 강도와 내구성, 경제성까지 갖춘 콘크리트석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 대학교수는 "자연석인 화강석을 차도경계석으로 대량 사용하는 것은 세금을 낭비하는 것은 물론 자연환경까지 훼손시킨다"며 "미국 등 선진국들은 행정당국과 업체들이 협조체제를 구축, 기술개발을 통해 양질의 콘크리트석을 생산, 수십년의 수명을 가진 차도경계석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행정당국은 기술개발 지원은 뒷전인 채 지금까지 헐값에 무조건 질좋은 제품만을 강요, 업체들이 기술개발을 통해 양질의 제품을 만들기보다는 밑지는 장사를 하지않기 위해서라도 부실제품을 만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 관계자는 "차도경계석으로 화강석을 사용하는 것은 전국적인 추세"라며 "국내에서 생산하는 콘크리트석은 시공후 1, 2년만 지나도 쉽게 파손돼 비싸지만 내구성이 뛰어나고 반영구적인 화강석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李鍾圭기자 jongku@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