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월5일 금요일. 매일 목욕시킨 후 잘 생긴 찬의 얼굴을 보니 세상 근심이 다 없어진다. 그러다 한번 씽긋 웃으면 동요에 나오는 말마따나 아빠 주름살 펴진다'.
'1996년 8월12일 월요일. 생후 11개월, 드디어 찬이 혼자 지구를 밟고 일어났어요! 정말 신기하고 놀랍다. 때가 될 때마다 변하는 현상들. 다시금 건강한 찬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김한철(39·동국대 포항병원 교수)씨. 10년짜리 두꺼운 다이어리 노트를 사 기록을 시작한지 6년째. 이젠 찬(6)과 린(4)이 훌쩍 컸지만, 아빠의 육아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인간의 기억은 대개 5살 이후부터 가능하고, 그 이전은 잃어버린 시간입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아기 보는데 서툴러 속상해 울고, 밤에 열 나는 아기 안고 병원에 급히 달려가 보지 않은 부모들 아마 없을 겁니다. 찬과 린이 자라 스스로 일기를 쓸 수 있을 때 잃어버린 유아기 때의 기억을 돌려주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란 제목이 붙은 김씨의 육아일기는 대구시 여성단체 협의회가 공모한 '아버지가 쓴 육아일기' 최우수작으로 뽑혔다. "아버지의 위상이 너무 약해져 지금 자라는 아이들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는 그는, "애들은 아버지가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1996년 7월 13일 토요일. 팔다리가 쑤시는구나. 검도장에서 열심히 연습했다. 먼 훗날 찬을 가르치기 위해… 부모들은 애들을 학원비 주고 맡긴 사실만으로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애들이 학교와 학원에 거의 모든 시간을 뺏기니까 부모와의 거리가 멀어지고 자칫 아빠는 돈 대주는 사람쯤으로 전락한다. 갓난아기가 클 때까지 육아를 엄마에게만 맡겨두고 적당한 시기에 가서 교육자로 등장하려는 생각은 너무 이기적이다. 100% 믿을 수 있는 신뢰감이 없다면 가정교육이 잘 될 리 없다'. 김씨의 신념이었다. 金英修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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