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임팔암(동인건축사무소 소장)

입력 2000-07-03 14:10:00

우리나라에 단독주택문화가 존재하는가? 지난 80년대까지는 그래도 단독주택 설계의뢰가 있었으나 지난 90년대부터는 대부분 주거용도는 아파트거나 복합용도의 건물이고, 한 가구만의 주택설계는 가뭄에 콩나듯 하는 전원주택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대구시내의 경우 주거지역이나 전용 주거지역에 지어진 고급 단독주택은 음식점이나 유흥주점으로 용도변경됐고 그 주민은 아파트로 흡수됐다.

아파트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관리의 편리성에 있다. 특히 도둑이나 강도때문에 단독 주택은 거의 말살될 지경에 이르렀다. 반면 미국은 주거의 80% 이상이 저층 단독주택이며, 덴마크의 경우 고층 아파트를 짓는데는 금융지원을 해주지 않아 슬럼화가 되고 있다한다. 고층 아파트가 주거환경에는 좋지 않다는 증거이다.

모름지기 주거의 높이는 나무의 키 높이 이하라야 좋다하지 않는가. 고층에는 모기가 없다. 생물(인간)이 사는데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땅을 밟고 살아야 하는데 그놈의 편리성 때문에 우리는 나이들수록 아파트로 옮기고 있다. 땅과 가까울수록 병원과 멀어진다는 얘기는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이런 획일적인 환경에서는 개성있는 인간을 기대하기 어렵다. 분별력도 없고 창의력도 없는 부속품 인간만이 양산되기 쉽다. 몇 십년후면 이런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나라를 다스릴 것이다.

다양한 주거환경 조성으로 개성있는 사람, 정신적인 지주가 되는 사상가, 믿음직한 정치가, 공사를 구분하며 공금을 무섭게 여기는 공직자, 제자들에게 존경받는 교육자, 부정을 보고 바른 말 할 줄 아는 지식인,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사회인이 많아지도록 주거환경을 개선하자.

남이 주식산다고 따라 사지 말며, 남이 휴대폰 가졌다고 따라 가지지 말자. 단세포 아닌 다세포적인 사고사회를, 흑백논리가 아닌 무지개빛 논리의 자유분방한 사회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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