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정례화 틀 마련

입력 2000-06-30 15:14:00

남북 적십자 대표단이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과 9월초 비전향 장기수 북송, 적십자회담 계속을 통한 면회소 설치에 합의한 것은 6.15 남북공동선언을 계승해 본격적인 화해와 협력시대에 돌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9일 회담은 최승철 북측 단장이 회담시작과 동시에 이날 회담의 '결속'을 강조하는 한편 난제로 여겨졌던 면회소 설치문제 해결의지를 비쳐 낙관적인 전망을 낳았다. 하지만 이날 회담도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양측이 27일 첫회담에 비해 수정안을 각각 제시하기는 했지만 비전향 장기수 북송과 국군포로 송환,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문제에 쉽사리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던 것이다.

때문에 이날 밤 늦게까지 양측은 난항을 거듭했다. 그러나 회담 타결 내용은 뜻밖에도 북한 방송에서 터져나왔다. 이날 밤 북한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에서 북측이 남측의 3개 수정안을 대폭 수용한 내용을 보도한 것이다. 북한 방송은 "8.15 즈음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서울.평양)과 9월초 북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하는 비전향 장기수의 송환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적십자회담을 계속해 흩어진 가족 친척들의 상봉을 위한 면회소 설치문제를 협의.타결한다"고 전했다.

북한의 양보를 예상치 못했던 우리측으로서는 비록 방송을 통해 북측 입장을 알았지만 의외의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북측의 전격 양보는 이번 회담이 남북정상간의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첫 회담이라는 점을 강하게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결국 북측의 전격적인 양보로 우리측은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를 위해 필수적인 면회소 설치문제에 가닥을 잡았고 북측도 시기야 어쨌든 비전향 장기수 문제 해결로 체제선전의 계기를 잡았다.

이제 관심은 후속 조치에 쏠리고 있다. 합의 이행을 위한 구제적인 실무절차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남북 양측은 지난 85년 한차례 있었던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단 교환 절차의 상당부분을 준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방문단 규모에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남측이 총 161명(단장 1명, 이산가족 100명, 지원인력 30명, 취재진 30명)을 북측이 취재진 10명을 줄인 151명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환방문 일정은 북한이 8.15를 즈음해 3박4일동안 하자는 안을 제의해 놓고 있어 남측 수용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전향 장기수 문제는 이인모 노인 송환 때의 절차와 틀을 준용할 것으로 보인다. 면회소 설치 장소문제도 향후 적십자 본회담에서 금강산에 설치하자는 북측 주장과 판문점으로 하자는 남측안을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李相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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