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인터넷에 모래시계는 없다' 광활한 사막을 질주하던 한 남자가 하늘로 뛰어 올라 거대한 모래 시계를 부순다.
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광고다. 200만 가입자 돌파를 눈앞에 둔 초고속 인터넷. 정말 선전문구처럼 100배 빠른 속도를 구현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정보통신부 민원실, 각 PC통신의 통신 동호회, 초고속 인터넷 파크 홈페이지 등에서 사용자들의 생생한 불만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정보 통신부 산하 통신 위원회가 집계한 초고속 인터넷 이용자들의 불만에는 속도와 관련한 것이 가장 많았다. 서비스 업체별 불만도 큰 차이를 보였다. 결국 초고속 인터넷의 속도는 때와 장소와 사업자에 따라 천차만별인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서비스 업체를 택하는 것이 좋을까. 업체별 서비스 방식을 비교해보면 자신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일반인이 흔히 초고속 인터넷으로 알고 있는 ADSL방식은 기존 전화선에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그대로 적용하여 고속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도록 한 방식이다. 즉 음성 대역보다 훨씬 높은 고주파 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화를 사용하면서 동시에 약 8Mbs의 최고 속도로 고속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다.
이 ADSL 방식은 전화국에서 반경 3.5㎞ 이내에는 제 속도가 나오지만 그 이상 떨어지면 속도가 크게 떨어진다. 반경 5㎞가 넘으면 실용적인 한계에 이르게 된다. 우리 나라 대부분의 대단지 아파트나 주택의 90% 이상이 전화국 반경 3.5㎞내에 위치하기 때문에 환경은 비교적 양호하다. 그러나 오래된 건물의 경우 전화선이 낡아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하나로 통신이 시행중인 ADSL 서비스는 FTTC(Fiber to The Curb) 방식의 광통신과 ADSL 방식을 결합한 변형이다. 시내 곳곳에 전화국을 두기 어려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수의 가입자가 몰려 있는 지역까지 본국에서 광케이블을 깔고 다시 동선으로 된 전화선 케이블을 이어 각 가정까지 연결하는 것이다. 동선 길이가 1㎞ 이내일 때는 이론상으로 50Mbps라는 엄청난 속도를 낼 수 있다. 그럼에도 속도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콘텐츠를 갖고 있는 서버 컴퓨터의 용량 부족과 서버 컴퓨터와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사이 전용선의 용량부족 때문이다. 즉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가 톨게이트를 빠져 나온 후 시내에서 막히는 격이다. 게다가 서버 컴퓨터의 용량이 부족해 다른 이용자가 빠져나갈 때까지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통신과 하나로 통신은 IDC(인터넷 데이터 센터)를 설치해 보완에 나서고 있다.
두루넷 등이 서비스 하는 CATV 모뎀 방식은 ADSL에 없는 단점이 있다. 케이블 TV 방식의 구조가 가지(tree) 형이기 때문에 가입자 구간의 병목현상 뿐만 아니라 윗 단에서 문제가 생기면 하단까지 영향을 미쳐 속도 저하나 끊김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광케이블과 연결되는 셀당 가입자를 100에서 150 정도로 적정하게 유지해야 대략 1Mbps의 속도를 얻을 수 있는데 반해 일부 사업자의 경우 특정 구간에 400 가입자까지 과잉 수용하기 때문이다.
HDSL 방식은 건물 내부에 있는 기존 전화선에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는 것으로 10BaseT라는 일반적 LAN 방식으로 구성하기 때문에 이론상으로 10Mbps 의 속도를 낼 수 있으나, 수십명에서 수백명의 가입자가 동시에 이용하기 때문에 실제 체감 속도는 1Mbps이하라고 할 수 있다.
초고속 인터넷이 느려터지고 불안한 것은 기술적인 측면 외에 '공짜선호'라는 잘못된 문화에 기인한 바가 크다. 일반적으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한 가구에 제공하기 위해서는 100만원에서 200만원 가량의 추가 비용이 든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나라 업체들은 기껏 월 3만, 4만원의 사용료를 받고 가입자를 늘려온 실정이다. 따라서 충분한 시설을 확보할 수 없었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가입자들에게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도움말 정통부 초고속 정보망과 이재홍 과장)
曺斗鎭 기자 earful@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