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전두환씨의 벤츠

입력 2000-06-29 14:45:00

지난해 4월 뉴욕 소더비 경매장에서 존 F 케네디 전 미국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여사의 유품은 예상최고경매액 460만달러를 7.6배나 웃도는 금액으로 팔려 죽은 뒤에도 식을 줄 모르는 재클린의 높은 인기를 보여줬다. 경매물 가운데 최고 인기품은 재클린의 모조 진주목걸이로 백화점에서 불과 65달러짜리가 무려 21만1천500달러(약1억6천900만원)에 팔렸던 것. 이같은 진귀품을 경매하는 소더비는 이렇게 재화의 경제적 가치만 판정하는 게 아니었다.

제작년에는 사랑을 위해 왕관을 버린 대영제국의 '에드워드 8세'였던 윈저공의 60년전 결혼식용 웨딩 케이크가 우리돈으로 무려 4천만원에 팔려 화제를 뿌리기도했다. 이 케이크를 산 31세의 미국인 사업가는 "비록 먹지는 못해도 이 케이크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징표"라며 고가매입의 소감을 피력했다고한다. 말하자면 효용가치를 산게 아니고 사랑의 가치를 샀다는 얘기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법원의 경매물품으로 나온 97년형 벤츠승용차 한대가 세상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전직대통령 전두환씨가 부패범죄로 선고받은 추징금 가운데 납부치않고있는 1천892억원 때문에 압류된 그의 승용차가 금명간 경매에 부쳐진다는 것이다. 이 차의 평가액은 추징금에 턱없이 미달하는 5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그러나 호사가들이 눈독을 들인다면 재클린의 모조진주목걸이나 윈저공의 웨딩케이크 처럼 고가로도 팔릴 수 있다는 얘기들과 함께 행여나 그런 일이 생기겠느냐는 빈축도 있다. 물론 전씨의 추종세력에의한 고가매입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벤츠의 경락가격이 반드시 그의 국민적 인기를 반영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쿠데타.독재.부정부패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았던 그가 그의 승용차 경매에서 또한번 대중의 심판을 받게되는 상황이 올 것같다.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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