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언론테러'는 안된다

입력 2000-06-29 00:00:00

자기주장을 내세워 폭력을 행사하는 현실은 성숙하지 못한 사회의 반영이다. 자기가 속한 집단의 입맛으로 사회가치를 재단해 활발해야 하는 사회계층간의 토론을 막아서고 사고(思考) 영역도 침해하는 악의 요소다. 일종의 테러다. 언론사에 대한 위협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어서 사회를 혼돈에 빠지게 한다.

기사에 불만을 가진 '대한민국 고엽제 후유의증 전우회'가 한겨레신문사에 난입, 기물을 부수고 제작을 방해한 행위는 언론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용서받을 수 없는 반민주적인 행위라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집단의 사고(思考)를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단세포적인 발상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밖에 볼수 없다. 다양화된 사회에서 자신들의 욕구 표출을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려는 태도는 사회나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다.

전우회의 주장은 전우들의 인격을 모독했다는 것이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현지 주민의 희생은 불가피한 것인데도 한겨레 신문사가 마치 참전용사들이 고의적으로 베트남 주민들을 학살한 것처럼 보도해 전우들의 인격을 매도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한겨레신문사의 해명은 객관적인 보도였다고 한다. '베트남에 참전했던 장병들의 양심적인 증언을 토대로 한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했다.

우리는 '고엽제 전우회 주장처럼 전쟁의 긴박함 속의 작전수행을 이해한다. 월남전의 특성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쟁참전이 가져다 준 고엽제 피해 등의 울분 표출이라는 생각도 들기는 한다. 하지만 그럴듯한 주장이라고 해도 신문제작을 방해한 폭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우리는 집단에 의한 테러행위를 여러번 보아왔다. 지난 55년 당시 대구매일신문사 주필이었던 최석채선생(고인)이 쓴 '학도를 정치도구화하지 말라'는 사설에 불만을 품은 자유당 방계단체가 자행한 난동은 해방후 언론사에 대한 첫 위협으로 언론사는 규정했다. 사회전체의 보편가치추구보다는 집단이기주의에서 파생한 용서받지 못할 범죄행위였다. 이번의 '고엽제 전우회'의 테러도 이 연장선상에서 비난은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어떤 명분으로도 표현의 자유를 막아서지 못한다. 또 언론은 누구도 이용할 수 없고 이용되어서는 안된다. 다양한 의견의 표출은 사회를 발전케하는 근원이 아닌가. 언론자유가 보장되고 집단의 입맛이 아닌, 객관적인 가치가 설득력을 갖는 사회가 우리들의 기대다.

항의도 정당한 절차에 따라야 국민들의 동의를 얻는다. 폭력을 휘두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는 보도의 내용이 한겨레신문사 주장처럼 '참전장병들의 양심적인 증언'을 토대로 한 객관적 사실이기를 바란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