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한동 지명자는 부적절

입력 2000-06-28 14:57:00

우리나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열린 이한동 국무총리서리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예상대로 이름뿐인 청문회로 끝났으나 그런대로 도덕성과 개혁성 미흡 등이 부각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고 본다.

말 바꾸기 등 그의 도덕적결함은 공직자로서 크다하지 않을 수 없다. 몇달전인 4.13총선때는 "자민련에서 총리가 나오는 일은 절대 없다"는 등 민주당과 자민련과의 공조를 부인해놓고는 40일만에 총리서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비록 말바꾸기에 대해 사과는 했지만 아무리 생각은 시대상황의 변천에 따라 바뀐다 하더라도 불과 두달여만에 이렇게 바꿀수 있는 것인가. 정치개혁이 가장 화급한 문제라고 하면서 이렇게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을 우리는 언제까지 용납할 것인가. 특히 국정을 맡은 총리로서는 더욱 안된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약점은 사회전반에 깔려있는 투명성의 부족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거짓말이나 말 바꾸기가 계속 허용된다면 우리나라의 장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본인의 사과로서 지나가 버릴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또한 총선때는 보수원조임을 자임하면서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을 줄기차게 비판하다가 이제 와서는 햇볕정책의 근본기조는 비판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 또한 일종의 궤변이 아닌가 본다. 차라리 비판적 입장임을 인정하고 견제기능으로서 햇볕정책을 보완하겠다는 것이 더 정직한 답변이 아니었을까. 광주민주화운동도 5공청문회에서 처음 알았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닌가 한다.

또 하나는 개혁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는 5공때 정치인으로 변신한 후 언제나 권력지향적이었다. 그리고 고향에서는 부인 명의로 농지를 매입하면서 위장전입의 수법을 썼다. 또한 상당한 재산가이면서 98.99년에는 종합소득세는 한푼도 내지 않았다. 야당이 되면서 법률고문수입이 줄어 그랬을 것이다는 해명이 있었으나 수긍이 쉽게 되는 대목은 아니다. 이렇게 볼때 그는 분명 개혁적이 아니다. 따라서 개혁을 지향하고 있는 현 정부와는 성향이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내일 국회는 이한동총리서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표결처리 한다. 정치성이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만약 여당측이 정치적 공조의 유지를 위해서 인준을 추진한다면 이는 정치개혁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청문회의 의의를 살리는 의미에서도 자유로운 투표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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