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적십자회담 전망

입력 2000-06-28 14:59:00

6.15공동선언의 후속조치로 열린 남북적십자회담은 첫 출발부터 다소 삐걱이는 인상을 풍겼다.

27일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첫 회담에서 남북 양측은 1시간20여분 동안 접촉을 가졌지만 공동선언의 이행방식을 둘러싼 견해차로 합의점에는 이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날 회담 후 남북 양측이 모두 "회담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고 밝혀 전망이 그리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 문제의 경우 양측이 다소간의 이견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미 두 정상이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사안이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로든 이산가족 상봉문제는 절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첫 회담에서 문제가 된 사안은 '공동선언 3항'의 해석차이로 알려졌다. 공동선언 3항은 '남과 북은 올해 8.15를 즈음해 흩어진 가족, 친척 방문단을 교환하며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나가기로 했다'고 명시돼 있다. 남측이 3항의 이행을 이산가족 상봉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북측은 인도적 문제를 중시 비전향 장기수 문제의 동시해결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 북한은 8월 초순 비전향장기수를 우선 송환한 후 8월 15일부터 각각 100명의 이산가족 상봉을 동시에 교환하는 내용의 합의서 초안을 제시했다.

북한은 이미 지난 수년간 비전향장기수의 가족을 내세워 국제기구 등에 호소하는가 하면 '남조선의 비전향장기수 구원대책 조선위원회' 등의 기구를 조직하는 등 비전향장기수 송환을 위해 적극 노력해 왔다.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직후인 지난 94년 10월 16일 노동당 간부들에게 "비전향장기수들을 데려오기 위한 투쟁을 계속 벌여야 한다"면서 "남조선에 비전향 장기수가 많은데 우리는 어떻게 하든지 그들을 데려와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최근 입수된 노동당 비공개 문서에서도 밝혀졌다.

양측의 이같은 견해차는 회담을 하루 걸러 29일로 넘기자고 합의한 것으로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회담전망이 그리 어두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첫날 회담 분위기에서도 감지됐지만 양측이 28일 하루를 쉬는 동안 서울과 평양으로부터 모종의 지침을 받을 경우 쉽게 합의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 가령 남측에서 주안점을 두고 있는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와 상봉 정례화에 북측이 호응할 경우 비전향 장기수 문제도 남측이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김대중 대통령도 정상회담 결과를 밝히면서 거론한 바 있다. 회담을 하루 연기한 것도 남북 양측의 합의를 극대화하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냐는 분석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李相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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