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 도시 곳곳에 '현수막 걸이대'라는 일종의 대형간판이 등장했다. 아마도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범람하는 현수막을 정비하려는 규제차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허나 한곳에 모은 그 자체가 다시 심한 자극이 되어버린 것 아닐까?본래 현수막은 일회성 광고매체다. 그러나 현수막 걸이대는 걸린 현수막 하나를 허가기간이 지나 떼어낸다 해도 그 즉시 다른 것을 내거니, 시민의 입장에서는 고정광고판이 된 것이다. 게다가 그 내용이 거의 요란한 상업광고거나 밀어 붙이는 구호 투성이요, 색상이나 모양이 매우 자극적이기 일쑤다. 최근에는 형광색까지 등장했다. 더 심각한 점은 대부분 교통의 요지나 좋은 길목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주변이 시원한 녹음이거나 빼어난 풍경일지라도 돌연히 나타나는 현수막 걸이대는 대단히 흉물스럽다. 원하지 않아도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용료를 비싸게 낸다해도 현수막이 공공환경에서 시각적 강제성을 지닐 권리는 없다고 본다. 현란하고 치졸한 광고물을 얼기설기 엮은 현수막 걸이대를 보면, 아름답고 품위있는 도시를 만들자는 슬로건이 무색하다.
도시에서 상업주의적 시각공해를 멀리하는 일은 곧 도시경관 관리의 시작이다. 특히 도시의 요지를 광고매체로 메꾸어 버리는 짓은 막아야 할 것이다. 우선 현수막 걸이대에 내거는 광고물부터 정비하자. 그 색상과 형태는 물론 내용도 조정하여 보다 세련되면서도 아름답게 만들어보자. 덜 자극적이고 되도록 눈에 띄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광고의 속성상 퍽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안되면 차제에 현수막 걸이대를 아예 없애면 어떨까? 그리고 정말 행사나 꼭 필요할 때에는 흥이 나는 현수막을 잠시 어우러지게 펼치도록 하자.
김영대 영남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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