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내부 갈등 물밑으로

입력 2000-06-28 00:00:00

민주당 서영훈 대표가 28일 오전 부산·경남지역 방문길에 나섰다. 총선 이후 첫 지방나들이인 이번 순방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대표교체설 파문을 말끔히 정리한 것이다.

'동교동'측도 파문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김옥두 사무총장은 27일 열린 당8역회의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은 서 대표의 거취문제가 언론에 보도돼 당 간부들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공개사과했다. 이에 서 대표는 "당내에는 문제가 없으며 화합도 잘되고 있다"며 "권 고문을 26일 만났더니 나를 대표에서 밀어내려 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서 대표의 이같은 언급은 '대표교체 파문'의 배후에 동교동계 실세인 권노갑 고문이 있다는 점을 정면으로 지적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권 고문측이 대표교체설을 제기하면서 당을 장악하려 했다는 당내 소문을 확인해 준 셈이다.

또 권 고문이 8월 전당대회가 확정되자 최고위원 경선출마 여부를 타진하면서 서 대표가 동교동계의 비주류세력의 리더격인 한화갑 지도위원과 가깝다는 점을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 파문의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권 고문과 한 위원간의 갈등기류도 한 몫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내달 4일 당6역이 화합만찬을 갖겠다고 발표하는 등 갈등국면을 공개적으로 수습하고 있다. 이날 서 대표의 부산 방문길에는 이해찬 정책위의장과 정동채 대표비서실장 등이 수행하는 등 예우도 갖췄다. 그러나 이같은 모습에도 불구하고 당내갈등이 봉합됐다고 보는 시각은 적지 않다. 권 고문측과 한 위원간의 물밑경쟁이 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번 파문을 겪으면서 동교동계의 전횡에 대한 당내 불만도 고개를 들고 있다. 사무총장과 원내총무, 기조실장 등 당내 요직을 독점하고 있는 동교동측이 '김심'을 빌려 당을 사당화하고 있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또 권 고문이 최고위원에 출마, 차기대선구도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않다. 권 고문이 그동안 해온 역할과 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당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당에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욕심을 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중권, 노무현, 김근태 지도위원 등 비동교동계 중진들은 이번 사태와 전당대회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면서 정중동의 자세를 지키고 있다.

徐明秀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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