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군기강 해이

입력 2000-06-27 14:41:00

조성태 국방장관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은 군사적으로 여전히 현존하는 위협이며 북한이 대남(對南)군사전략을 수정하는 명백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현시점에서 주적(主敵)개념 변경여부를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군입장을 밝혔다. 조 국방의 이 발언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정치권이나 일부 국민사이에서 성급하게 주적개념 변경 심지어 헌법개정 논의까지 거론되는 '안보해이'에 대한 군의 명쾌한 답변이요 또한 '경고'이기도 한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이 발언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가장 곤혹스러운 입장에 있는 군의 결속을 다진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특히 사병들을 지휘 통솔해야할 장교들에겐 군지휘의 큰 지침으로 받아들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군장성 등 고급장교들의 잇단 탈선을 보면서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물론 극히 일부분이라지만 국민들의 체감지수는 군전체의 기강해이로 이해되기 십상이다. 공군대위가 공금 10억을 횡령해 가족과 함께 아예 미국으로 도주하질 않나, 그에 앞서 어느 공군장교는 복무중엔 물론 전역한뒤에까지 모두 10억원을 횡령했다니 이게 군회계의 현주소인지 개탄스럽다. 그것도 명문대 출신이라니 어이가 없다.

그뿐인가. 육군준장부인의 부탁으로 가짜 비자서류를 만들어 준게 들통난 어느 준위는 좌천된후 자살까지 했다고 한다. 가관은 당해 장성이 이 사실을 발설않는 조건으로 수천만원을 준것까지 드러난바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현충일엔 상부의 특명에도 불구 골프를 친 장성들이 사정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더욱 충격은 골프코치를 받던 고급장교부인이 그 코치와 함께 들어간 러브호텔에서 피살됐다니 정말 딱한 노릇이다.

어느 사단장은 회식자리에서 부하장교들이 보는 앞에서 대대장부인을 성추행까지 했다고 한다. 기가 막혀 딱히 뭐라 할말이 없다. 이건 군을 철통같이 믿고 있는 국민들에 대한 배신행위다. 아직은 휴전선인 그 경계를 지키는 사병들에겐 뭐라 변명할건가. 월남의 패망과 장개석의 대만 패주(敗走)는 그 근원이 상.하 불문의 부패와 '몰기강'에 있었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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