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출마 신경쓰이네

입력 2000-06-24 1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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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말로 확정된 민주당의 최고위원 경선구도가 권노갑 고문의 출마설로 크게 출렁이고 있다.

권 고문은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나가야 한다는 측근들의 권유가 많다"면서 "아직 건강하고 항상 나라를 위해 보탬이 되고 마지막 정치인생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길을 가겠다"며 출마에 무게를 실었다. 불출마가 예상되던 이인제 고문도 권 고문을 만나 출마의사를 밝히는 등 경선출마 쪽으로 급선회했다. "1위를 못할 경우 차기 대선구도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며 지명직 부총재 쪽에 서 있던 이 고문은 이번 전당대회가 사실상 차기 대선구도와 직결될 것으로 흐름이 잡히자 마음을 바꾼 것이다.

권 고문의 최고위원 경선출마는 전당대회 이후의 당내 구도를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권 고문 측은 당초 동교동계의 대표주자를 한화갑 지도위원으로 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로 했으나 직접 출마하게 된다면 한 위원과의 '1위 다툼'이 불가피해진다. 한 위원 측은 그래서 권 고문의 출마설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내 중진들이 속속 출마 쪽으로 방향을 수정한 것은 이번 전당대회가 차기 대선후보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어 참여하지 않을 경우 전대 이후의 당내 장악력이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권 고문 측은 지난 22일 권 고문이 청와대를 방문, 김대중 대통령을 만난 사실까지 밝히며 김 대통령과의 교감설까지 강조하고 있다. '권 고문은 25시간 대통령만 생각하는 사람인데 대통령의 뜻없이 함부로 움직이겠느냐'는 논리다.

그러나 동교동 내에서도 "권 고문의 행보가 대통령의 뜻으로 비쳐졌지만 돌이켜보면 '자가발전'인 경우도 많았다"며 "권 고문 측의 김 대통령 의중떠보기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기도 한다. 청와대 측도 교감설에 부정적이다. 한보비리의 당사자가 당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김 대통령에게 도덕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 고문 등의 경선참여 발언으로 경선구도는 조기과열되고 있다. 차기 대권 도전의사를 밝힌 바 있던 노무현 지도위원도 내각과 경선참여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고 김중권 전대통령비서실장은 24일 사무실을 확장, 이전하고 경주에도 들르는 등 지역표 다지기에 본격 나서고 있다.

3, 4명의 연기명 투표방식이 거론됨에 따라 후보들간의 합종연횡구도도 관심거리다. 권, 이 두 고문의 연대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한화갑, 김중권 지도위원과 박상천 전총무간의 3자 연합설도 제기되고 있다.徐明秀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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