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베 권력중독 말기증세

입력 2000-06-24 14:30:00

존경받던 아프리카 독립영웅 로버트 무가베(76·사진) 짐바브웨 대통령은 끝내 독재자로서 인생의 종말을 맞을 것인가.

24~25일 실시될 짐바브웨 총선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월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63%인 반면 여당이 내건 '백인토지 재분배'를 최대이슈로 꼽은 사람은 불과 9%로 나타나 이번 선거에서 야당의 약진을 예상케하고 있다. 무가베 대통령의 선거 연설회에 겨우 5천여명이 모였지만 야당집회에는 수만명이 운집, 이같은 민심을 대변했다.

그러나 야당지지자에 대한 폭력, 협박, 살인, 자의적 선거구 획정 및 국제선거감시단 입국거부 등 정부·여당의 행태로 볼때 집권 ZANU-PF당이 어떻게든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짐바브웨의 혼란은 선거후에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엄격한 예수회 수도자로서 교육을 받은 무가베 대통령은 20년간 영국에 대항해 게릴라전을 펼친 독립투사. 10년간 감옥생활을 하기도 했다. 1980년 독립과 함께 라이벌을 제치고 극적으로 총리가 된 그는 1987년 헌법개정으로 대통령에 올라 20년째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때 그는 지지자들로부터 '하나님의 두번째 아들'이라는 칭송을 받을 만큼 존경의 대상이었다. 또 아프리카 대륙 2번째 규모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도 인기있는 지도자였다.

2년여전 콩고내전 개입은 무가베 타락의 분기점이 됐다.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전쟁에 엄청난 전비를 쏟아부음으로써 경제는 파탄지경을 맞았고 인기는 곤두박질 쳤다.

올해 2월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하려는 헌법개정안을 제안했지만 국민들은 거부했다. 위기를 느낀 무가베는 총선일정을 2번이나 연기한뒤 '토지개혁'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백인들에 대한 반감과 경제사정 악화를 이용, 804곳의 백인토지를 무상몰수해 흑인에게 공짜로 나눠주겠다며 독립전쟁 참전용사들을 부추긴 것이다.

세계는 이제 권력에 중독돼 본인 스스로와 전체 국민을 불행하게 만드는 한때 괜찮았던 또다른 지도자의 운명을 지켜보고 있다.

石珉기자 sukmin@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