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분노했다. 우리는 그냥 앉아서 죽으란 말이냐! 의사들의 집단폐업이 며칠째 계속되고 장기화 조짐까지 보이자 시민들은 의약분업 문제에 대한 이성적 접근 보다는 분노의 감정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생명이 위협 받는다는 위기감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22일 오전 11시쯤 대구시내 안지랑 부근에서 승객 3명을 태웠다는 개인택시 기사 박모씨는 승객이 인턴의사인 것을 알고는 단번에 차를 세운 뒤 심한 욕설과 함께 내쫓아 버렸다고 했다. 그는 "돈 안벌어도 좋으니 내 차에 의사 태우기는 싫다"고 했다.
21일 밤 영남대병원 3층 복도에서 만난 한 40대 여자는 "나쁜 의사들은 모조리 퇴출시켜 버려야 한다"고 격분했다. 22일 아침에 오토바이 사고가 난 조카를 영남대병원으로 옮겼다가 밤 8시나 돼서야 수술받을 수 있었다는 50대 남자는 "의사들이 제정신이냐"고 격앙해 있었다.
개인의원을 두곳이나 거쳐 응급실에서 처치 받은 환자의 친구라는 김모씨는 "남의 목숨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 만약 응급실 문을 닫는다면 나도 확 부숴버리겠다"고 했다.
의료대란의 탓을 정부로 돌려 정권퇴진까지 극언하는 시민도 나타났다. 22일 만난 영남대병원 입원환자의 30대 여성 보호자는 "정부가 일을 어찌해서 이지경이 됐느냐"고 원망했고, 한 택시 기사도 "의사 만큼이나 정부도 나쁜 X들"이라고 했다. 또다른 한 보호자는 "김대통령이 김정일이 만나는데만 신경 팔려 속 썩어 나는 것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라고 고성을 질러 댔다.
환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는 대구경북 각지의 보건소에도 주민들의 분노가 이어졌다. 23일 오전 대구 동구보건소를 찾은 주부 최모(30·동구 신암동)씨는 "영문도 모르는 아이들이 왜 의사들의 집단폐업에 희생되어야 하나"며 "어떤 형태로든 폐업사태를 불러온 의사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이같은 분노가 폭발직전의 상황으로 이르자 대구경찰청은 파출소 직원 방범순찰대 등 800여명을 동원, 폐업중인 병의원에 대한 난동 등의 사태에 대비해 순찰을 강화했다.
임시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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