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의사 한발씩 물러서라

입력 2000-06-21 00:00:00

의료대란은 끝내 재앙을 불렀다. 의료계의 집단폐업 여파로 경북 영천시 고경면에 사는 70대 노인이 숨지고 대구의료원의 진료행위를 일부 의사들이 진료를 방해하는 극한의 사태가 불거졌다. 이 혼란의 와중은 무엇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우리는 다시한번 대화의 속개를 주장한다.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와 더이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당초 입장을 고쳐 폐업은 고수하되 정부와 대화하겠다고 밝혀 다행스럽게 여긴다. 사태를 해결하는 첩경은 어떤 쟁점이건 이해 당사자 끼리 만나야 활로가 열리기 때문에 대한의사협회의 대화방침은 우리를 조금은 안도하게 한다.이런 긍정적인 접근과 함께 대한의사협회가 자체적으로 일종의 협상안을 마련해 대화하겠다는 조건은 환자가 숨지는 등 극한상황을 외면한 것이라고 본다. 의료재앙이 속출하는 판에 자체 협상안을 내놓겠다는 발상은 현실인식의 결여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자체협상안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알수 없으되 지금까지 제시한 요구조건과 다른 것이라면 국민건강을 인질로 삼는 집단이기주의의 발로 라는 비난를 받게 된다. 무조건 자리를 같이 하는것이 급선무다.

의료계는 집단폐업은 즉각 철회하고 병.의원 문을 열어 환자들을 돌봐야 한다. 우리는 이미 준비가 미흡했다면 의약분업은 연기해야 한다는 선보완 후시행을 밝힌바 있다. 이처럼 환자의 피해가 잇따르는 사상초유의 집단폐업으로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되돌아봐야 한다. 앞으로 전면 실시일까지는 열흘간의 시간이 있고 이 기간동안 협상을 재개, 합의점을 찾아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냉정은 국민 모두의 바램이다.

정치권은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는 극한의 상황이 닥쳐서야 여.야가 머리를 맞대는, 늦잡친 회의는 구색용으로 비춰진다. 한나라당도 최근에야 7월1일부터는 시범지역에서만 실시하고 전면실시는 보완책을 마련해 내년초부터 하자는 타협안을 내놓기는 했다. 결과적으로 민생을 살피지 못한 국회는 존립이유가 무엇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먹고 노는 국회, 말만 앞세우고 실천없는 국회', 묵은 때를 벗어야 한다.

정부의 '전투'하듯 몰아붙이는 극한상황 설정은 곤란하다. 집단폐업 및 진료거부로 인해 환자가 사망할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기로 한 것은 극한상황의 설정이 아닌가 싶다. 죽을줄 알면서 예방하지 않은 경우가 '미필적 고의…'인데 과연 이에 해당하는 반윤리적인 의사가 있을 수 있겠는가. 이런 태도는 의약분업의 갈등을 푸는 데 도움이 안된다. 정부도 적극 협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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