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에 속아 유럽온 중국인

입력 2000-06-21 00:00:00

영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던 중국인 58명이 밀폐된 트럭 적재함에서 질식, 비참하게 숨진 사건(본지 20일자 13면 보도)을 계기로 유럽연합(EU)이 '밀입국' 및 '인신매매'를 일삼는 국제범죄조직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영국 국립범죄수사단(NCS)의 로이 펜로즈 사무총장은 20일 "MI5, MI6 등 첩보조직과 경찰, 이민국, 국립범죄정보국(NCIS), 세관, NCS 등 관계기관이 총동원돼 이번 사건의 배후에 있는 잔악무도한 범죄조직을 뒤쫓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앞서 EU 각국 정상들은 "유럽경찰기구(유로폴)와 공조해 관련 범죄조직을 적발, 소탕하고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EU는 과거 마약거래 등을 주로 하던 국제범죄조직들이 수익이 높으면서도 체포됐을 경우 처벌이 약한 점을 악용, '인신매매'를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삼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시장규모는 연간 40억달러(약 4조4천억원).

특히 영국 BBC방송은 중국인들을 영국으로 밀입국 시키고 있는 7~10개 갱단의 극악무도한 범죄행각을 폭로, 충격을 줬다. BBC에 따르면 이들은 주로 푸첸성 지역 가난한 농민들을 상대로 "유럽에 가면 단시간에 큰 돈을 벌수 있다"고 꾀어 불법이민자를 모집한다는 것. 1인당 비용은 3만달러(약 3천300만원) 선. 연소득이 수백달러에 불과한 농민들로서는 엄청난 비용이지만 이들의 꾐에 빠진 지원자는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많은 돈을 벌어 고향에 부쳐줄 것을 기대하며 마을주민 전체가 공동으로 비용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중국인들이 밀입국을 위해 사용하는 돈은 연간 30억달러로 추산된다.

그러나 러시아와 동유럽을 거쳐 서유럽에 도착하면 기다리는 것은 납치와 감금. 범죄조직은 불법이민자를 인질로 다시 중국의 가족에게 '몸값'을 요구하고, 그들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잔혹한 인질살인도 서슴지 않는다고 BBC는 보도했다.국제이주기구(OIM)는 유럽 전체 불법이민자수는 300여만명이 이르며 매년 30만~50만명이 추가되고 있다고 심각성을 경고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도 발칸반도 및 중부, 동부 유럽지역에서 성행하는 불법 인신매매로 매년 20만명의 여성이 섹스산업의 희생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EU가 국제 인신매매 범죄조직의 등등한 기세를 얼마나 꺾어 놓을 지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石珉기자 sukmin@imaeil.com

▨불법이민 밀입국 사고 일지

다음은 최근 몇년간 희생자를 낸 주요 밀입국 사고를 정리한 것이다.

▲99년 10월 1일=루마니아인 밀항자 6명의 부패된 시신이 스페인에서 화물선적재함에서 발견. 당국은 질식사로 추정.

▲99년 11월 1일=이라크 및 알바니아 출신 밀입국자 14명이 이탈리아행 그리스여객선에 몰래 탔다 화재로 질식사. 승무원 및 다른 승객들은 안전하게 대피.

▲2000년 6월 18일=영국 도버항에서 중국인 밀입국자 58명의 시신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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