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13~15일 평양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과 양 통일 방안 공통성인정 등 5개항의 남북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남북 두 정상이 합의, 서명한 '6.15남북 공동선언'은 실제 명시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남한의 '정체'를 인정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김 대통령은 평양 방문후 귀환 보고연설에서 "(남쪽의 연합제안과 북쪽의 낮은 연방제안 사이의 공통성을 인정한 남북 공동선언의) 제2항은 우리가 주장해 온 남북연합이다"고 분명히 하면서 '2체제, 2정부'를 그대로 두고 외교권과 군사권은 지방정부가 갖는다고 설명했다.
김 대통령의 설명에 따르면 '남북연합'은 남북한이 각각 독립적인 국가체제를 유지하는 국가연합 형태에 가깝고 이것은 '상호 인정'과 '평화 공존'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즉 남북 공동선언 제2항의 내용이 국가연합적 성격을 담았다면 '하나의 조선'을 분단이후 줄기차게 주장해 온 북한의 기존의 주장에 변화가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하나의 조선' 정책은 북한의 후원자 역할을 했던 소련이 지난 90년 9월, 중국이 지난 92년 8월 각각 남한과 수교를 하고 지난 91년 9월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하면서 상처를 입은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의 이같은 변화는 경제적인 어려움 등 대내적인 요인 못지 않게 탈냉전이후 전개된 국제 정세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당국은 또 이번 남북 공동선언의 합의 및 서명을 계기로 남한의 국가보안법개정과 연계하여 연내에 당대회를 열어 대남 적화 노선을 명시하고 있는 노동당의 규약에도 손질을 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노동당 규약에는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여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 혁명과업을 완수하는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당국은 그동안 남한의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를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북한은 지난 80년 10월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을 제기할 때도 연방제의 전제조건으로 주한미군,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주장은 '자주'라는 용어로 포장해 왔다. 이로 인해 7.4 공동성명 등에 나와 있는'자주'라는 용어는 남북한간에 해석상 차이로 논란을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남한은 통일을 달성하는데 있어서 민족이 중심이 돼야하고 이를 위한 외국의 도움도 무방하다는 입장인 반면에 북한은 철저히 '자주적' 바탕 즉 '외세 배격'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재규 통일부장관은 지난 19일 남북공동선언에 언급된 '자주'라는 용어와 관련 "김 대통령은 '외세 배격 등 배타적 자주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에 바탕한 자주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고 김정일 위원장과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박장관의 이런 발언의 배경은 '자주'에 대한 해석상의 논란을 불식시키고자하는 의도와 결코 무관치 않다.
이밖에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후 미국이 19일 대북 경제제재조치를 완화함으로써 대미 관계 개선은 물론 각종 국제금융기구와의 관계 정립에도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비록 미국과는 핵과 미사일 등의 문제가 양국 관계개선의 걸림돌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양국은 향후 협상을 통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따라서 북한은 이번 남북 공동선언을 계기로 대남정책과 대외정책을 추구함에 있어서 상호 기존 체제를 인정하면서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실리 위주로 정책 변화를 보일 것이라는게 대북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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