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비극이 일어난 후 벌써 반세기. 6·25 50주년을 맞아 한국전쟁 관련 서적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많은 종류의 책 중 한국전쟁 비극의 원인과 전쟁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을 추적하거나 일반인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포로수용소의 체험 비화를 공개한, 이제까지 접하기 힘들었던 책들이 특히 눈길을 끈다.
먼저 '한국전쟁의 수수께끼'(가람기획 펴냄)는 한국전쟁과 분단 미스터리를 파헤친 연구서다. 저자는 소장 정치학자 이희진(서강대 강사)씨와 오일환씨. 이들은 군사적인 작전상황을 위주로 한반도 분단의 배경부터 종전까지를 풀어가고 있다. 한국전쟁을 좌우대립의 이데올로기로 파악하는 기존의 고정된 시각을 거부한다. 이제까지 한국전쟁의 기원에 대해 '소련의 사주로 북한이 남침했다'는 전통주의적 해석과 '미 제국주의가 팽창야욕을 채우기 위해 한반도에서 전쟁을 유도했다'는 수정주의적 해석이 팽팽하게 대립해왔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이념이나 이론의 단순한 이분법적 틀에서 벗어나 한국전쟁에 관한 갖가지 의혹과 얽히고 설킨 음모를 포괄적으로 파헤쳤다.
그렇다면 저자들의 한국전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 것일까? 미국이 전쟁 발발을 미연에 방지하기보다 방치해 놓고, 유사시 당사자인 한국군이 아닌 미군 스스로 전쟁에 개입, 해결하는 전략을 채택했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 계획 자체가 미국도 전쟁을 원했다는 얘기가 된다. 미국은 왜 이런 식의 전략을 택했을까? 그 대답은 미국이 군비확장을 목적으로 했다는 것이다. 한국전쟁이 일어나기까지 미국의 방위비는 매년 삭감되고 있었고, 미국경제도 조금씩 불황의 기미를 보이자 이런 추세를 한꺼번에 뒤집어버린 것이 바로 한국전쟁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한마디로 한국전쟁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패권을 위한 정책의 실험대이자 복음이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또 한국전쟁에 일본도 깊숙이 개입했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그 증거는 태평양전쟁으로 해체된 일본 해군이 재건돼 급기야 전화에 휩싸인 한반도로 출동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밖에 소련의 태평양전쟁 참전과 38선이 그어지게 된 속 배경, 루즈벨트와 트루먼의 동상이몽, 인천상륙작전의 또 다른 모습, 북진 미스터리, 핵무기 사용을 검토했던 미국의 태도 등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에 대해 한국전 당시의 군사작전 및 수많은 문서들을 토대로 서술했다.
한편 세인들의 기억에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전쟁 포로들의 숨겨진 이야기도 책으로 나왔다.
재미화가 오세희씨의 '65포로수용소'(만인사 펴냄)는 전쟁 포로 생활을 체험하고 고발한 육필수기. 50년동안 가슴에 묻어둔 포로수용소의 생생한 체험비화를 공개했다. 경북 의성출신으로 춘산중학에서 임시교편을 잡다 6·25를 맞은 저자는 미처 피란을 가지 못하고 인민군에 잡혀 북으로 끌려가다 국군 포로가 돼 2년여 동안 포로수용소 생활을 전전했다. 짧은 기간 인민군에 소속됐다는 이유로 국군의 포로가 되어 춘천·인천·부산포로수용소를 거쳐 거제65포로수용소에 갇혀있다 풀려나기까지 과정을 적나라하게 들려준다.
포로생활을 직접 체험하고 고발한 이런 육필수기는 아직 제대로 발굴되지 않은 잊혀진 한국전쟁 이면사를 파악하는데 자료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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