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정말 쓸데 없는 정치권

입력 2000-06-20 00:00:00

온 나라가 난리다. 이른바 의료대란 때문이다. 국민들은 자세한 내막을 잘 모른다. 다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이래저래 국민들만 욕을 보고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만고불변의 진리다.

의사선생님들은 병원 문을 닫겠다고 했고 정부는 '잡아 넣는다'고 엄포나 놓다가 결국 병원문이 닫혀 버렸다. 그러나 정말 답답한 쪽은 환자들을 병원 밖으로 내모는 의사선생님들도 아니고 정부의 '높은 분'들도 아닌 국민들이다. 국민들이야 제발 아프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아니면 아파도 죽을 병이 아니면 참고 견뎌야 하는 기막힌 상황을 맞았다.

그런데 나라가 이 지경에 까지 이르렀음에도 패싸움, 집안싸움에 열중해 있다 이제와서 호들갑을 떠는 정말 밉살스러운 집단이 영 눈에 거슬린다. 바로 정치권이다. 국회의원들이 모두 평양에 다녀오고 이들이 모두 당 총재경선에 나선 것도 아닐텐데 어느 누구하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의료기관의 집단 폐업이 일찌감치 예고됐음에도 정치권은 정말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는 얼굴을 내밀지 않다가 19일에 와서야 바쁜 척했다. 바로 두 달 전 하늘처럼 떠받들겠다던 국민들이 콩나물 시루와 같은 병원에서 이리저리 치이다 못해 밖으로 내몰리고 있을 때도 팔짱만 끼고 있다가 물이 엎질러지고 사발이 깨지고 나서야 나타났다.

여야는 기껏 "의사들은 진료는 계속해야 하고 정부도 대책을 세우라"는 물에 물탄 듯한 소리만 하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평소 제 1당이라고 큰소리 치던 야당이다. 병원 문이 닫히기 바로 전날에야 "의약분업 실시를 6개월 연장하라"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소리를 했다.

여당은 정부와 한 통속이니 의약분업 강행에 무게를 싣고 있을 법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야당은 욕 먹는 정부 여당을 보며 쾌재만 부르겠다는 심산인가. 그동안에 당하는 국민들의 아픔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아프고 안 아프고, 죽고 안 죽고는 하늘에 달렸다"며 운명 탓 밖에 할 수 없다니 정말 기막힌 노릇이다. 李東寬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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