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공동선언을 계기로 통일에 대비한 국내법체계의 전면 재정비 작업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지난 90년 제정된 남북교류협력법이 특별법으로서 다른 법률에 우선해 남북한간의 왕래.교역.협력.통신 등에 관한 기본체계를 규정하고 있지만 조만간 대북관계의 양적, 질적 변화가 예고되고 있어 관련 법률.법령의 제.개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충수(鄭忠秀) 법무부 법무실장은 "교류.협력관계를 지속시키고 향후 예상되는 남북한 간의 각종 협약.협정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무엇보다 법제적인 기반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법체계 재정비 작업은 크게 세갈래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교류.협력 차원에서 기존 법률의 장애요소를 제거하고 남북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초법적 행태를 최대한 법 테두리 내에서 소화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법무부 특수법령과 관계자는 "일례로 경협의 전제조건이 될 투자보장 협정 또는이중과세 방지협약의 경우 국가간 조약형식을 취하겠지만 남북간의 특수관계를 감안하면 대외무역법, 외국환관리법, 관세법 등에 단서조항이나 특별규정을 둠으로써 국내법적으로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남북교류협력법이 협력사업 승인문제에 중점을 두고 과실송금, 재투자 등 자본거래는 외국인투자촉진법 등에 준용하게끔 규정하고 있어 이번 기회에 대북투자관계를 규정하는 별도의 한시법 또는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이와 함께 교류.협력이 가속화되면 법률행위의 결과로 민.형사상 책임을 다툴 문제도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경우 남북한 어느 쪽 법률을 따를 것인가를 규정하는 '준거법'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두번째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역시 국가보안법 개정 내지 폐기 문제다.
법무부는 지난해 국정개혁 보고에서 국보법의 처벌구조를 현재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에서 '우리 안보에 위협이 되는 행위'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뒤 비공개 여론조사와 사례연구 등을 통해 여론의 동향을 면밀하게 파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법무부는 △민주질서수호법 등으로 대체입법하는 방안 △7조(찬양고무) 등 문제 조항만 개정하는 방안 △안보에 필수적인 조항을 형법에 포함시키고 나머지 조항을 폐지하는 방안 등을 놓고 다각도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기본구조를 뒤집을 경우 헌법의 영토조항과 배치될 수 있다는 문제와 북한 형법 개정과의 연계 여부 등 복잡 미묘한 문제가 뒤얽혀 쉽사리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통일시대에 걸맞은 법률체계의 단초를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의 한 검사는 "독일은 지난 70년대부터 통일헌법을 준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통독후에는 수많은 법적 문제들이 발생, 커다란 어려움을 겪었다"며 "동독 지역내 불법청산 등과 관련된 여러 유형의 재산관계 소송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와 학계는 △독일(흡수통일) △예멘(협상통일) △베트남(무력통일) 등 각국 사례를 중심으로 통일법의 모델을 연구해 왔으나 남북관계에 딱 들어맞는 통일법 체계에는 쉽게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그러나 이번 공동선언의 정신이 남북 어느 한쪽 체제에 의한 통합을 지향하지 않는다는 취지이기 때문에 독일처럼 재산법적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한편 통일에 대비한 법률.법령의 재정비 작업을 위해서는 남북한 법률가들이 양측 법체계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상설 협의체를 만들고 남북한간 '사법조정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돼 실현여부가 관심거리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