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과 향후 정국

입력 2000-06-17 00:00:00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17일 단독 조찬회동을 가짐에 따라 남북정상회담 이후 여야관계 설정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4.24 영수회담후 두달도 채 못돼 이뤄진 두 사람간의 이번 대좌가 단순히 김 대통령의 평양방문 성과를 제1야당 총재에게 설명하는 자리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우선 김 대통령으로서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역사적 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내게 된 경위와 구체적 내용을 설명하고 향후 남북문제 전개과정에서 야당측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하는 데 1차 목적이 있지만 동시에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의 정치에 관한 지난번 영수회담의 약속이행이라는 의미도 적지 않다.

즉 평양에서 돌아온 후 거의 쉴 틈도 없이 이 총재와 마주앉은 것은 남북관계에서 일고 있는 새로운 바람을 국내정치로 확산, 남북 새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정치환경 조성의 계기로 삼겠다는 다짐이며, 이에 대한 야당측의 호응과 인식의 변화를 주문하는 성격도 강하게 띠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로서도 김 대통령의 평양방문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브리핑'을 받은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특히 야당의 입장에서는 김 대통령이 이번 평양방문을 통해 국가지도자로서의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 정국주도권 측면에서도 거의 절대적인 우위에 서게된 만큼여권의 '정치적 시너지효과 극대화' 기도를 어떻게 견제하느냐가 관건인 상황이다.이에따라 이 총재로서는 김 대통령이 '민족문제'라는 성격을 띠고 있는 남북문제를 국내 정치적으로 어떻게 다뤄나갈지 그 의중을 탐색하고, 야당으로서의 대응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기본단계인 셈이다.

그러나 여권으로서는 남북공동선언 후속조치 이행을 위해 야당측의 협조가 요구되고 있고, 야당으로서도 이런 흐름을 거스르기 어려운 만큼 이번 회동에서 교환된 여야 영수의 정국인식을 바탕으로 당분간 여야간 대화기류가 커다란 파열음 없이 유지될 수 있으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만 야당 일각에서는 김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합의 중 통일방안이나 주변 열강과의 관계 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어 한반도 평화라는 총론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방법론 측면에서 여야간 갈등이 불거질 소지가 없지 않다.

이와 함께 야당은 이미 특위가 구성된 이한동(李漢東) 총리서리 인사청문회나 경제문제, 검찰의 선거부정 수사 등을 쟁점화해 남북문제를 매개로 한 여권의 '독주'를 최대한 견제하겠다는 전략이어서 여야간 정국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곳곳에서 여울목을 형성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여야 모두 남북문제를 당리당략적으로 대하기에는 사안의 중요성이 너무 큰데다 남북간 '대치'에서 '평화와 화합'으로의 이행이 절대적 명제로 등장하고있는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당분간 정국운영상 여야 모두 신중한 기조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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