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보수단체 '변할까-말까' 고심

입력 2000-06-16 15:16:00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른바 안보.보수단체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 남북화합의 분위기속에 변신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그동안 반북(反北)을 내건 정체성과 관련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6.25전쟁 당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북 송환을 거부했던 전쟁포로들이 주축인 대한반공청년회는 오는 27일 서울에서 전국대의원총회를 열고 단체 명칭에서 '반공'을 빼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반공청년회 대구지회 김광옥(68) 회장은 "과거에도 반공을 빼자는 의견이 일부 있었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논의가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며 "단체의 선명성은 흐려지겠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0일 6.25전쟁 50주년 학술세미나를 여는 한국자유총연맹 대구시지회도 변화의 바람에서 비켜서있지 않다.

김갑수(45) 총무과장은 "이번 세미나는 남북화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6.25를 평가해보자는 취지로 열린다"며 "앞으로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자칫 우리사회의 대 북한관이 과대 평가나 찬탄, 동정으로 이어져 결국 북한측 장단에 넘어가는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대구시 재향군인회 최명기(62) 사무처장은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남북교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한 회담을 바라는 회원들의 전화가 30여통 걸려왔다"고 전했다.

16일 대구 낙동강승전기념관에서 제3회 6.25참전순국소년지원병 합동위령제를 연 '6.25참전소년지원병 전우회' 한 관계자는 "10대 어린 나이에 참전, 청춘을 조국에 바친 소년병들에 대한 관심은 아직 미약한데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인정은 서글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李尙憲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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