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는 웁니다

입력 2000-06-16 00:00:00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못난 자식이라고 얼굴조차 보려하지 않던 아버지가 30년만에 처음 보낸 편지를 받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15일 오전11시 남구 대명10동 경흥빌딩 9층에서는 수상자가 거의 참석하지 않은 이색적인 시상식이 열렸다.

대구지방교정청이 지역 14개 교정기관을 대상으로 올해 처음 실시한 '효 백일장'과 '제9회 교정수기 및 문예작품 공모전' 시상식이었다.

'효백일장' 장원을 차지한 박모(30.안동교도소 수감)씨는 자신의 글에서 "아버지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힌 죄인 자식놈은 필요없다"며 "면회는 물론 사흘이 멀다하고 보내는 사죄편지에 답장 한통 없었다"고 밝혔다.

박씨는 "그러던 아버지가 '고슴도치도 제 새끼가 제일인 것처럼 아버지도 너를 사랑한다'는 편지를 보내 눈물이 쏟아졌다"며 "자식 허물을 자신의 허물로 여기는 아버지의 편지를 동료들이 모두 잠든 사이 꺼내 읽고 또 읽었다"고 말했다.강도살인죄로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15년형을 선고받고 대구교도소에 수감중인 이모(32)씨는 수감생활의 난관 극복과정을 잔잔히 그렸다.

이씨는 '익숙한 것들과 이별'이란 갱생수기에서 "고교시절 몇번의 실수로 악의 구렁텅이에 빠진 뒤 처음 교도소에 복역할 때는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으나 신앙의 힘과 동료의 권유로 전기용접기능사 자격을 얻고 대입검정고시도 합격했다"고 말했다.

대구지방교정청은 수용자들을 새삶으로 이끌기 위해 공모전 및 백일장 입상작을 격년지 '겨울에서 봄으로' 8호에 수록할 계획이다. 또 효백일장 우수작을 육성으로 녹음해 교정기관 수용자들에게 전파할 계획이다. 金炳九기자 kbg@imaeil.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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