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1일 오전 남북정상회담의 하루 연기가 공식 발표되기 전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와 전화통화를 갖고 회담연기 사실을 직접 알려줬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이회창 총재로부터 '정상회담에 잘 다녀오시라'는 전화를 받고 북한측 요청에 의해 정상회담이 연기된 사실을 통보했다고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앞서 김 대통령은 오전 9시 5분께 김종필 명예총재로부터도 환송인사 전화를 받고 정상회담 연기사실을 전했다고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대변인이 밝혔다.
즉 김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대한 인사차 전화를 걸어온 양당 수뇌부에게 회담연기 사실이 발표되기 전 미리 알려줌으로써 '예우'를 갖춘 셈이다.
먼저 김 대통령과 이 총재간의 통화는 이 총재가 당초 12일로 예정됐던 김 대통령의 공항 출영행사에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을 보내는 대신 전화로 장도인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측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뤄졌다는게 한나라당측 설명이다이 총재가 환송행사에 김 총장을 대신 보내기로 한 것은 이 총재가 공항에 나갈 경우 의전문제가 따르는데다 정상회담후 곧바로 여야 영수회담이 예정돼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것.
이 총재는 이에따라 전날 청와대측과 사전조율을 거쳐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자택에서 김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좋은 성과를 얻기 바라며 건강하게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를 했다.
이에 김 대통령은 "고맙다. 그런데 차질이 생겼다. 저쪽 준비관계로 하루가 연기됐다"고 회담연기 사실을 전했으며, 이에 이 총재는 깜짝 놀라며 "그러시냐. 알겠다"고 답했다고 권 대변인은 전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15일 밤 늦게 북한에서 돌아오므로 17일 오전 8시 30분에 영수회담을 갖자"고 당초 예정된 15일 오찬회동의 연기를 제의했으며, 이 총재도 이를수용했다.
이 총재는 통화가 끝난 뒤 전화로 권 대변인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린 뒤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으며, 이에 권 대변인은 공식 성명에서 북측의 성의있는 자세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정부에 대한 공세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앞서 자민련 김 명예총재도 김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건강하게 잘 다녀오시고, 좋은 성과가 있으시기 바란다"고 인사를 했으며, 이에 김 대통령은 회담 연기 사실을 통보했다.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대변인은 이와 관련, "정상회담 외에 다른 말씀은 일절 없었으며 통화시간은 약 2분 정도였다"고 전했다.
김 대통령과 김 명예총재가 비록 전화상으로나마 직접대화를 나누기는 4.13 총선이 끝난 후 처음으로, 이날 통화는 최근 민주당과 자민련간의 공조가 재개되고 있는 가운데 'DJP 회동'을 앞두고 이뤄져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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