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사망

입력 2000-06-12 14:21:00

30년 동안 시리아를 통치하면서 중동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 온 하페즈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사진〉이 69세를 일기로 지난 10일 사망했다. 이에따라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중동 평화협상이 상당한 위기를 맞았고, 시리아 내부도 권력 진공상태 때문에 시련을 겪을 전망이다.

아사드는 현지시간 이날 정오쯤 레바논의 에밀레 라후드 대통령과 전화 통화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사망자는 심한 당뇨병 때문에 이미 눈·순환기 등이 손상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울부짖어 집단 히스테리를 연상케 했다. 또 의회도 서둘러 특별회의를 소집해 34세의 바샤르가 대통령직을 승계할 수 있도록 '40세 이상'으로 돼 있던 대통령 연령 제한 헌법 조항을 긴급 수정했으며, 집권당은 그를 대통령 후보로 결정했다.

장례식은 13일 열릴 예정이며, 시리아 정부는 40일간의 추모기간을 선포했다. 중동 국가들은 물론 전쟁 상대국인 이스라엘, 사이가 나빴던 팔레스타인 등의 지도자까지 일제히 애도를 표하고 클린턴 미국 대통령, 러시아 외무부도 애도 메시지를 발표했다.

◇아사드는 어떤 사람인가=30년간 권력을 휘둘러 온 세계에서 가장 오랜 독재자 중 하나. 1930년 출생, 55년 사관학교 졸업, 63년 쿠데타 때 핵심적 역할, 64년 장군 진급, 65년 국방장관, 70년 쿠데타로 집권.

그러나 그의 철권통치는 1946년 독립 이후 22차례나 쿠데타가 이어지던 불안정한 내정에 안정을 가져와 처음으로 강력한 중앙집권 국가를 구축했다. 또 '아랍의 비스마르크'로 불렸던 그는 국민들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엄청난 매력을 지녔으며, 술·담배를 전혀 하지 않은 금욕적 인물이었다.

하지만 독선적 면모가 강했다. 1982년엔 자신에게 대항한 '모슬렘 형제들'을 공격, 1만∼2만5천명의 인명피해를 냈을 정도. 수많은 정적을 살해하고, 지난 3월에는 주비 전 총리에게 부정부패 혐의를 씌워 자살로 내몰기도 했다. 악명도 높아 '다마스쿠스의 사자'로 불렸다.

국제 관계에서는 철저한 실리 추구형. 옛 소련 및 북한과 맹방관계를 유지하며 스커드 미사일 기술을 배웠다. 반면 경제교류가 많은데도 한국과는 끝내 외교관계를 맺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0년간은 매우 힘든 나날이었다. 자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협정이 체결됐으며, 터키와 이스라엘이 협력관계를 열었고, 6년 전엔 후계자로 키우던 큰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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