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두 얼굴의 경산시의회

입력 2000-06-08 00:00:00

7일 오전 11시 경산시의회 본회의장. 이날 의원들은 임시회를 열고 변태영 의장의 의장직 사퇴서 제출에 따른 찬반 투표를 가졌다.

경산시내 민주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지난달 24일 의원들이 호화관광성 외유를 다녀 왔다는 이유로 의장실을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하자 차기 임시회에서 변 의장이 그 직을 사퇴키로 약속한데 따른 것이다.

제1기 시의회 의장의 임기 만료일은 당선된 날로 부터 2년간인 오는 7월7일까지. 따라서 7일 사태는 잔여임기를 불과 한달 남겨둔 시점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의원들의 찬반투표에 앞서 변 의장은 '본인은 의원 해외연수와 관련하여 일말의 책임을 지고 의장직을 사직코자 하오니 청허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정중한 내용의 사퇴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연이어 14명의 시의원들이 투표에 들어간 결과 찬성 7표, 반대 6표로 일단 변 의장의 사퇴안이 가결됐다.

그러나 이게 어찌된 일일까? 오후에 속개된 1개월짜리 의장 선거에서 또 다시 변 의장이 재선출됐다. 코미디 같은 장면이 연출된 것. 3차 결선투표까지 가는 선거에서 결국 함께 외유길에 나섰던 의원들로부터 과반수를 넘는 9표를 얻어낸 것이었다.

바로 몇 시간 전에 의정단상에서'일말의 책임을 지고 물러 나겠다'고 표명한 변 의장과 의원들이 결국 말과 행동을 싹 바꾼 셈이다.

이를 접한 민주단체협의회는"시민들을 우롱해도 한계가 있지"라고 흥분하며 또다시 의회와의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다른 지방의원들도 이번 경산시의회와 시민단체간의 불협화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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