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고문.물고문.문신새기기에 잇단 어린이 살해

입력 2000-06-03 15:21:00

"세상이 왜 이리 험악해지고 있나..."

전기고문, 물고문, 문신 새기기, 어린이 투척, 친족 살해.... 최근 평범한 시민사회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끔찍한 범행들이 자신의 가족을 대상으로 예사로 벌어지고 있어 치를 떨게 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성의 말살을 보는 것 같은 사건들은 '특별한 범죄꾼의 세계'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여겨졌으나 근래들어 일반 가정에서 그같은 엽기적 비명이 꼬리를 물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을 던지고 있다.

생후 2개월 아들 학대 살해

대구 서부경찰서는 2일 아내가 가출한데 불만을 품고 이불위에 누워있는 생후 2개월짜리 아들이 방바닥에 떨어지도록 이불을 급격하게 잡아당겨 숨지게 한 김모(39·대구시 서구 비산동)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이전에도 아들을 거꾸로 들고 동네 골목에서 마구 흔들며 학대한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대구 남부경찰서는 3일 다른 남자와의 동거장소를 가르쳐 주지 않는다며 동거녀를 전기고문한 혐의로 이모(44·중구 남산동)씨를 구속했다. 이씨는 테이프로 동거녀의 손과 발을 묶은 뒤 220볼트 전원을 순간적으로 신체에 접속시키는 방법으로 여러차례 잔인한 짓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거녀 이뽑고 전기고문

이같은 전기고문 사건은 지난 4월 인천에서 의처증 남편이 아내의 이를 뽑고 전기고문을 한 이후 여성단체에서 규탄 시위를 벌이며 최근의 가정폭력 잔인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 심각한 사회적 우려를 낳고 있다.대구경찰청 여자기동대는 아내에게 물고문을 하고 몸에 문신을 새기는 짓을 한 혐의로 정모(41)씨를 3일 수사하고 있다. 정씨는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에 대해 아내가 '누구 전화냐'며 묻는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아내를 목욕탕에 끌고가 10여분간 샤워기로 물을 먹이고 폭행을 한 뒤 아내의 가슴 등에 바늘로 문신을 새기는 짓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내 샤워기로 물고문도

지난달 16일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한 아파트에서는 30대 여자가 내연 남자의 아내를 살해한 데 이어 다섯살짜리 아들을 17층 아파트 밖으로 집어던져 살해, 주민들이 치를 떨었다. 자신도 투신 자살한 이 여자는 내연 남자가 자신을 기피한다고 그런 가공할 범행을 했다는 것이다.

3일 부산에서는 동거하는 남자의 세살짜리 아들이 마루에 오줌을 싼 데 화가 나 주먹으로 머리를 때려 숨지게한 30대 여자가 경찰에 잡혔다.

대구동부경찰서는 3일 1년여동안 '바람을 피우지 마라'며 따진다고 길이 60cm 각목으로 아내의 온 몸을 때린 노모(23)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생명 경시 풍조 확산 위험

대구 서부경찰서의 경우 3, 4년전에 비해 두배나 많은 하루 평균 8, 9건의 가정폭력사건이 들어오고 있으며 대구여성회에 가정폭력 등을 호소하는 상담건수도 한달 평균 400여건에 이르고 있다.

이에 대해 박승위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산업화를 거치면서 전통적 친족구조와 가족해체가 빠르게 진행, 인간관계가 급속히 형식화하고 있고 치열한 경쟁에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이상심리가 나타나면서 생명 경시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李庚達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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