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부시장의 주먹자랑

입력 2000-06-03 15:24:00

박병련 대구시 행정부시장의 부하직원 폭행소문이 눈덩이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오전 공보담당 최모 사무관이 전날 주요언론 보도내용을 보고할 때 일부 내용을 누락시켰다는 이유로 폭언과 폭행을 했다는 게 소문의 핵심. 이 소문은 2일 오전 대구시청 홈페이지 게시판과 행정자치부 홈페이지에 오르면서 번지기 시작, 대구시 정보화담당관이 관련 내용을 삭제했으나 인터넷의 위력앞에 속수무책이었다. 대구시 본청과 구청의 하위직 공무원들의 분노에 찬 글이 대구시청과 행자부 홈페이지에 잇따라 올려졌다. 대구시청과 행자부 홈페이지에 오른 글마다 조회건수는 수천건에 이르렀다.

특히 전국의 하위직 공무원들은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 박 부시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어쩌자고 또 사고를 치셨소. 요새 애들 때린다고 말듣나'(행인1) '2일을 기해 박 부시장을 동성로파 행동대원으로 영입하고자 합니다'(동성로파) '부시장은 사무관 폭행, 지하철은 꺼지고 시내 한복판에 밀리오레 특혜줘 교통지옥 만들고 건설본부장은 뇌물먹다 수갑차고.... 우리 아들 시장시키면 그것보단 잘하겠다'(김태형) '언제는 캐디를 때리더니 가족들은 오죽하겠냐'(말단) '이번 사건이 처음이라면 묻어둘 수 있겠으나 과거 행적을 보건대 의혹은 클 수밖에 없다. 박 부시장이 직접 진실을 해명하라. 재발방지를 위해 법적인 장치도 강구해야 한다'(알림이)

파문이 전국적으로 번지자, 당사자인 박 부시장과 최모 사무관은 이러한 소문을 부인하고 나섰다. 박 부시장은 "보고가 잘못돼 최사무관에게 서류를 집어던졌지 구타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최모 사무관도 대구시청 홈페이지에서 "고성과 호된 질책을 받은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하고 "30년간 공무원 생활을 해온 인격이 더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소문의 진위여부를 떠나 박 부시장은 폭력전력(?)때문에 더욱 곤욕을 치르고 있다. 97년 경북골프장 캐디 폭행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98년 10월 당직보고 지연을 이유로 당직자이던 최모 과장과 김모 계장을 폭행, 김 계장이 사표를 제출하는 등 물의를 빚었다. 지난해 9월엔 대구시의회 본회의에서 시의원들을 무시하는 발언으로 시의회가 해임권고 결의안을 채택했다. 특히 지난해엔 안심지산하수처리장 입찰직전,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남동한 건설본부장 및 입찰업자와 함께 골프회동을 가져 비난을 받았다.

대구시 한 간부는 "동료 공무원들이 검찰에 구속돼 어수선한 상황에 이런 사건이 터져 얼굴을 못들고 다니겠다"고 한숨을 지었다. 또 다른 간부는 "부하직원도 잘 만나야하지만 상사복도 있어야 한다"고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曺永昌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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