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꺼져가는 저의 등불입니다"
경북 경산시 진량읍 대동시온재활원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 최병호(28)씨. 휠체어가 없으면 한 발짝도 뗄 수 없는 최씨가 키우는 40여마리의 개는 그의 희망이고 삶의 전부다. 그들과 뒹굴면서 재활의 무지개를 띄우는 시간이 감사하고 즐겁기 때문이다.
최씨가 지금처럼 근육위축증이라는 희귀한 병을 얻은 것은 15살 때. 부모를 일찍 여의고 고아나 다름없었던 그가 어느날 다리를 쓰지 못하고 온 몸이 마비 증세를 보여 병원을 찾은 결과 받은 진단은 근육세포기능 저하. 결국은 스무살을 넘지못할 것이라는 '사망선고'.
이대로 죽을 수 없다고 이를 문 그에게 매일 매일이 죽음과의 전쟁이었다. 그 독한 약도 죽을 각오로 버텼다. 그렇지만 병세의 호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두 다리와 손, 허리에 마비증세가 심해졌고 내장기능까지 급격히 손상됐다. 170cm이던 키도 10cm나 줄어버렸다.
"부모가 너무나 원망스러웠고 남몰래 재활원 뒤편에서 숨죽여 흐느낀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그저 죽고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오기가 생기더군요"
그렇게 5년동안 병마와 힘든 싸움을 벌이던 최씨에게 새로운 삶의 의욕을 지피도록 한 일이 생겼다. 강아지 한마리였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신기하게도 고통이 사라지고 있다는 '기적'을 체험했다.
팔 다리 근육마비증세도 더뎌지고 얼굴에 웃음꽃도 피어났다. 헌신적인 개사랑이 꺼져가는 생명을 연장시켜 준 것이다.
'친구'도 40마리로 늘어나 '대동농장' 주인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진돗개, 풍산개, 미국에서 건너온 세인트버나드, 로트와일러를 새 친구로 맞이했다.
요즘에는 주변에 상담은 물론 교미, 치료까지 능통한 '개박사'로 소문나 농장에는 최씨를 찾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최근에는 불치병으로만 알았던 근육위축증을 고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돈을 모아 병을 치료하겠다는 또 다른 희망에 부풀어 있다.
그런 최씨에게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인근 주민들이 '소음공해'를 이유로 재활원측에 최씨의 농장을 옮겨 줄 것을 요구해, 8년간 정든 친구들과 헤어져야 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
"살아있는 것도 감사한데 이웃 주민들에게 피해를 줘 죄송할 뿐"이라며 최씨는 끝내 눈물을 훔쳤다.
李鍾圭기자 jongk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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